'또 메달' 윤성빈의 행진은 더이상 기적이 아니다

기사입력 2015-02-17 07:54


사진제공=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21·한국체대)의 놀라운 성과는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 온전히 실력으로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아이언맨' 윤성빈이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 메달 레이스를 이어갔다. 윤성빈은 16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2014~2015시즌 FIBT 월드컵 8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53초68의 기록으로 23명의 선수 중 3위에 올랐다. 1주일 전 7차 대회에서 4위에 오른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 순위를 한 계단 더 끌어올리며 다시 메달을 목에 걸었다. FIBT는 주관 대회에서 6위까지 메달을 준다.

올 시즌에만 벌써 네 번째 메달이다. 윤성빈은 지난달 23일 5차 대회에서는 한국 썰매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은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첫 월드컵 참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행보다. 윤성빈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종합 6위의 성적으로 월드컵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실격으로 성적을 인정받지 못한 1차 월드컵(4위 기록)이 인정됐다면 3위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는 성적이었다. 해외언론은 썰매 불모지인 한국에서 온 신성의 무서운 성장세를 신기해하며 '아이언맨'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한국 스켈레톤은 2000년에야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이 생길 만큼 역사가 짧다. 국내에서는 훈련할 시설이 없다. 최근 논란이 된 평창동계올림픽 일본 분산개최의 핵심사항도 썰매 경기장이었다. 국내에 지어도 향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만큼 윤성빈의 등장은 기적에 가깝다.

윤성빈은 2012년 처음 썰매를 타봤다. 2011년까지 엘리트 체육과 무관한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제자리 점프로 농구 골대를 두 손으로 잡을 만큼 뛰어난 순발력을 갖췄다는 것을 눈여겨본 체육 선생님이 한국체대 강광배 교수에게 소개시켜주며 썰매와 인연을 맺었다. 스키장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을 정도로 동계 종목과 인연이 없었지만 배구선수 출신의 아버지와 탁구선수 출신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운동 DNA를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11월 처음 FIBT 주관 대회에 출전한 윤성빈은 단 2년2개월의 국제 경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연습벌레 윤성빈은 한계를 계속해서 극복하고 있다. 더 빠른 가속을 위해 살을 찌우고 있으며, 장기인 스타트 기술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 1000만원 상당의 특급 썰매를 공수했다. 장비 전문가도 영입했다. 조인호 스켈레톤 대표팀 감독은 "트랙과 아이스 전문가까지 가세할 경우 한층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메달을 따지 않는 한 어떤 선수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켈레톤 역대 최고인 16위를 기록한 뒤 취재진의 축하에 대한 윤성빈의 말이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젊은 선수의 호기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윤성빈은 혼자 힘으로 역사를 바꿔가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사상 첫 썰매종목 메달 획득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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