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브레이커' 김승대(24)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안드레 모리츠(29)의 공존, 황선홍 포항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였다.
김승대와 모리츠는 공교롭게도 지난 12경기에서 나란히 선발로 나선 적이 없었다. 3월 8일 수원과의 시즌 개막전에선 모리츠가 선발 출전했고, 김승대가 후반 10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3월 15일 울산과의 홈 개막전에선 둘 다 결장했다. 김승대는 발가락 실금 부상이었고, 모리츠는 발목 인대를 다쳤다. 3월 22일 FC서울전에선 한 명만 경기를 뛰었다. 김승대가 풀타임 출전했다. 모리츠는 결장했다. 4월 4일 전북 원정에선 김승대가 선발로, 모리츠가 후반 27분 교체로 투입됐다. 헌데, 전북전에서 모리츠가 비신사적 행위로 4경기 징계를 받으면서 4월 공존도 무산됐다. 모리츠가 돌아온 지난달 5일 부산전에선 김승대가 선발 출전했고, 모리츠가 후반 6분 투입되면서 가장 오랜시간 호흡을 맞추긴 했다. 그러나 시너지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운명은 또 다시 엇갈렸다. 김승대가 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달 10일 성남전과 17일 광주전에 모리츠는 선발로 나왔지만, 김승대는 잇따라 결장했다. 25일 울산전에서도 김승대가 부상 투혼을 펼쳤지만, 모리츠는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둘은 3경기에서 92분간 뛴 것이 전부였다.
꼬였던 매듭은 지난달 30일 대전전에서 풀렸다. 김승대와 모리츠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동시에 선발로 기용됐다. 황 감독은 "승대는 공격적인 움직임이 좋은 선수고, 모리츠는 그 움직임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이날 김승대와 모리츠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좌우 윙포워드 고무열 조찬호와 함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제로톱의 일원으로 중용했다. 황 감독은 "승대에게는 장점인 상대 라인을 깨는 것을 주문했다. 모리츠에게는 승대와 호흡을 맞추는 침투패스 역할을 맡겼다"고 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황 감독의 생각이다. "대전이 다소 수비를 내려서 뒷 공간이 부족했다. 승대와 모리츠가 공격 작업을 시도한 것이 두 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시즌 전에 구상했던 그림이 실현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의 조합이 빨리 정상 궤도에 올라와야 하는 이유가 있다. 원톱 자원인 라자르의 부상이 심각하다. 근육 손상이 심해 두 달여간 재활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라자르는 근육 부상에 도움을 준다는 말 태반 주사의 명인 마리안 코바체비치 박사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고국인 세르비아로 건너간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항은 더운 여름을 제로톱으로 버텨야 한다. 3위(포항)부터 10위(서울)까지 승점차가 3점밖에 나지 않는 초박빙의 레이스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티아고 이광혁 문창진 조찬호 고무열 등 기존 자원과 김승대-모리츠의 공존 효과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