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Learn]땀, 눈물로 물든 여학생만의 축제 넷볼전국대회

최종수정 2015-11-17 20:54


여학생 체육현장-전국학교스포츠클럽 넷볼대회
준결승전 혜원여중과 서귀여중의 경기
이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1.15/

"으앙~!"

15일 교육부와 대한체육회가 주최한 2015년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넷볼 대회가 열린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 가운데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던 이은혜양(11·제주삼화초)이 종료 휘슬과 함께 코트 위에 털석 주저 앉았다. 제주삼화초는 대구율원초에 9대11로 아쉽게 패했다. 이 양의 눈에 굵은 눈물이 뚝뚝 흘렀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코트를 치며 오열했다. 이 양이 울자 달래주던 다른 학생들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이내 코트는 울음바다가 됐다. 한동안 말이 없던 이찬혁 제주삼화초 교사는 학생들을 안아주며 아쉬움을 달랬다.

제주삼화초는 작년 3월 신설된 학교다. 1년8개월만에 폭풍성장을 이뤘다. 그간 제주의 넷볼은 국제학교인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제주(NLCS)의 텃밭이었다. 농구와 비슷한 넷볼은 영연방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영국에서는 여학생들이 흔하게 즐기는 스포츠며, 뉴질랜드에는 프로팀이 있을 정도다. 영국계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NLCS가 제주도내 넷볼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수준차가 너무 큰 것이 문제였다. NLCS의 강력함에 다른 팀들이 주눅이 들었다. 넷볼을 스포츠클럽으로 운영하던 학교들이 하나둘씩 팀을 없앴다. 이 구도를 깬 것이 삼화초였다.

중심에는 이찬혁 교사가 있었다. 이 교사는 작년 4월 삼화초에 넷볼 클럽을 만들었다. 이 교사는 넷볼 월드컵을 참관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그는 "호주 어학연수 시절에 넷볼 월드컵을 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직접 가서 수준 높은 경기를 지켜보고 우리 팀에 도입할 생각을 했다"고 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첫해 도 3위에 머물렀던 삼화초는 이듬해 NLCS를 넘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설 학교라 서먹서먹했던 학생들은 넷볼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가까워졌다. 경기 후에도 한동안 눈물을 그치지 못하던 이 양은 "언니들과 친구들이랑 열심히 준비했는데 져서 너무 슬펐다. 일주일에 두시간 이상씩 함께 훈련했다. 함께 응원하고 땀흘렸던 게 생각이 났다"고 했다. 이 교사는 "넷볼은 여학생들의 종목이다. 그들의 특성에 가장 잘 맞는다. 자기만의 공간을 주니까 스스로 모여 연습을 하더라. 학생들이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더하면서 공부에도 열심이다. 넷볼이 준 선물"이라고 웃었다.

매경기 치열한 접전 끝에 강원연곡초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초등부와 달리 중,고등부는 '혜원여중,고의 천하'였다. 혜원여중은 4강에서 제주서귀포여중을 30대4로, 결승에서 경남함안여중을 29대13으로 제압하는 막강 실력을 과시했다. 혜원여고도 마찬가지였다. 4강에서 대구수성고를 28대8로 물리친 혜원여고는 결승에서 대전중일고를 24대7로 꺾었다. 말그대로 압도적이었다. 혜원여중,고는 나란히 2연패에 성공했다.

혜원여중,고의 막강 전력 때문에 다른 학교들이 볼멘 소리를 할 정도였다. 당연한 결과다. 혜원여중,고가 넷볼을 시작한지는 10년이 넘었다. 최종윤 혜원여중,고 교사가 2001년 전국체육교사모임에서 뉴스포츠 사례를 소개하다가 처음 도입했다. 사단법인 대한넷볼협회는 지난해 겨우 첫발을 뗀 만큼 혜원여중,고는 넷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교사는 "우리 학교가 사립인만큼 연속성 있게 팀을 운영할 수 있다. 우리는 혜원여중 학생이 대부분 혜원여고로 올라간다. 졸업생들이 3학년을, 3학년이 1학년을 봐줄 수 있을때 팀이 골격을 갖추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3~5년의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이제 YB와 OB가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공립은 이같은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 한 선생님들이 이제 팀을 만들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한다. 우리가 이미 했던 것을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힘들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사는 넷볼 수준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넷볼협회심판이사도 겸하고 있다. 다른 팀들의 훈련 등에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 최 교사는 "이번 대회를 보니까 확실히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팀도 매년 3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이제 서울 대회에는 46개의 팀이 참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보듯이 초등부가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만큼 이들이 중학교에 편입하는 시점에 넷볼은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희양(15·혜원여중)은 "언니가 하는 넷볼을 구경하다가 매력에 빠졌다. 중학교 추억은 넷볼한 기억 밖에 없는 것 같다. 많이 뛰는 게 힘들지만 확실히 넷볼 하면서 체력이 좋아졌다.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고 했다. 최 교사는 넷볼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넷볼은 스포츠다. 다른 뉴스포츠가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넷볼은 실제 스포츠처럼 매우 경쟁적이다. 쉼없이 달려야 하고, 패스나 슛처럼 기능적인 부분도 필요하다. 여학생이라고 얌전한 스포츠만 할 것이라 생각하면 안된다. 넷볼 같은 종목을 통해 체육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이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여학생 체육현장-전국학교스포츠클럽 넷볼대회
준결승전 서울 혜원여고과 대구수성고의 경기
이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1.15/
☞넷볼은?

농구와 비슷하다. 패스와 슛을 하지만, 드리블과 몸싸움이 허용되지 않는다. 출전 선수는 7명으로 농구(5명)보다 많고, 공격하는 팀이 슈팅하기 전 수비하는 팀이 90㎝ 뒤로 물러나야 하는 신사적인 운동이다. 포지션은 골키퍼(GK), 수비수(GD), 측면 수비수(WD), 센터(C), 측면 공격수(WA), 공격수(GA), 슈터(GS)로 나뉘는데 각자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있다. 지정된 구역을 침범할 수 없고 슈팅에 의한 득점은 GA와 GS만 가능하다. 림을 향해 슛을 하는 건 농구와 같지만 림 뒤에는 백보드가 없다. 공도 농구공보다 부드럽고 작다. 과격하지 않기에 몸싸움을 꺼리는 여학생들에게 적합한 운동이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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