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흥 조교사 700승 위업 달성

기사입력 2016-06-02 22:50


박대흥 조교사와 700승을 안겨준 가속불패.

"1번마 '가속불패'와 4번마 '홀리데이펀치'가 앞선 채로 직선주로에 접어들었습니다. 선두 지켜내고 있는 '가속불패'와 김혜선 기수. 계속된 1위 접전에서 7번마 '베니윈'이 안쪽에서 무섭게 치고 나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결국 결승선을 가른 건 '가속불패'! 박대흥 조교사에게 값진 700승을 안겨줬습니다."

렛츠런파크 서울을 대표하는 명장 박대흥 조교사(57)가 700승을 달성했다. 값진 선물을 안긴 주인공은 '가속불패(한·거·4세·레이팅 71)'. '가속불패'는 지난달 21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펼쳐진 2등급 1800m에 출전해 박진감 넘치는 경주를 선보이며 목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가속불패'는 승률 60%를 기록 중인 경주마라 내심 700승 달성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가속불패'가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700승 달성 당시를 회상하며 박 조교사는 미소를 지었다. '가속불패'는 2014년 데뷔해 총 10개의 경주에 출전, 우승과 준우승을 각각 6회, 2회 기록한 최강마다. 또한 단 한 경주를 제외하곤 김혜선 기수와만 줄곧 호흡을 맞춰왔다. 박 조교사는 "700승을 달성하는 순간에도 김혜선 기수가 기승했다"며 "당시에는 경황에 없어서 서로 인사를 나누지 못했지만 다음날 김혜선 기수가 직접 찾아와 축하의 말을 건넸다"고 김혜선 기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우승 당시에는 700승 달성 사실을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웃음)"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박 조교사는 700승 기세를 몰아 다음날인 22일과 29일에도 1승을 추가하며 현재 702승을 기록 중이다. 덕분에 6월 현재, 렛츠런파크 서울 조교사 중에선 서인석 조교사와 함께 다승 1위를 지키고 있다. 승률도 15.6%로서 올해 이 기세를 잘 유지하면, 2001년 이후 16년 연속 승률 '10% 초과달성'이란 놀라운 기록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믿기지 않는 다승 속도다. 박 조교사가 데뷔한 199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년 동안 700승을 달성한 조교사는 박 조교사가 유일하다. 두 번째로 승수가 많은 배대선 조교사는 690승이다.

이처럼 매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비결에 대해 박 조교사는 "서울 조교사들 중에서는 700승을 가장 먼저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균 승률도 아마 현역 조교사들 중에서는 1, 2위를 다투지 않을까 싶다"고 수줍게 운을 뗐다. 이어 "세상사가 다 그렇듯 마방관리 또한 조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좋은 경주마를 만나야 되고 다음으로 그 말에 맞는 사양관리, 훈련 등이 필요하다"며 "마지막으로 경주마에 맞게 기수까지 잘 선정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박 조교사는 관리사로 경마와 인연을 맺었다. 렛츠런파크 서울이 현재와 같이 과천이 아닌 뚝섬에 자리 잡고 있던 시절, 지인을 만나러 왔다가 우연히 관리사란 직업에 몸담게 된 것이다. 박 조교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야말로 친구 따라 강남 간 격"이라고 했다.


그렇게 1981년부터 관리사로서 경마인생을 시작한 박 조교사는 이후 조교보를 거쳐 1996년 조교사 면허를 취득하게 됐다. 조교사로 개업한 건 그로부터 1년 후인 1997년 5월 28일이었다. 박 조교사는 "조교보 생활을 할 당시 30조 정지은 조교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경주마 관리는 물론, 마방관리, 조교사로서의 역할 등 다양한 실무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고 했다.

700승을 넘기는 과정에서 수많은 경주마가 그의 손을 거쳐 갔지만 박 조교사는 '가장 애착이 갔던 경주마'로 주저 없이 '즐거운파티'를 꼽았다. 지금은 퇴사했지만 현역 당시 '즐거운파티'는 5년간 39번의 경주에 출전해 대부분의 경주에서 순위상금을 거뒀다. 우승과 준우승도 각각 12회, 13회에 달했다. 하지만 '즐거운파티'가 박 조교사에게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성적에만 있진 않다. 그는 "'즐거운파티'는 2000년에 그랑프리(GⅠ)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감격스런 첫 대상경주 트로피를 안겨준 말이다"라며 "어떻게 그때의 심정을 잊을 수 있겠냐"고 했다. 이어 "하지만 내가 '즐거운파티'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단순히 그 말이 잘 달려줘서가 아니었다"며 "어렸을 때 고생도 많았고 다리도 약해 데뷔가 늦은 말이었다. 그럼에도 역경을 딛고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줬다"고 했다. 박 조교사는 2000년 그랑프리 경주 우승 이후, 그랑프리(GⅠ), 농림부장관배(GⅡ), 대통령배(GⅠ) 등 굵직한 경주에서 12차례나 우승하며 서울 최고의 조교사로 자리매김했다.

박 조교사의 금년 목표는 내년을 위해 기반을 잘 닦아놓는 것이다. "10%를 넘기긴 했지만 최근 2년간 스스로 생각하기에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게 사실이다"고 운을 뗀 그는 " 때문에 금년은 내년을 준비할 수 있는 경주마를 만드는데 온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했다. 또한 "대상경주에서 무조건 우승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진 않다"며 "다만 올해 3, 4세 경주마들 중 좋은 성장을 보이는 경주마가 있다면 우승도 노려볼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주변인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조교사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큰 힘을 줬던 정지은 조교사가 가장 고마운 분이며, 마주와 마방관리사들에게도 감사하고 있다"며 "또한 저와, 저의 경주마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있기에 이만큼 해낼 수 있었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웃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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