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신화' 꿈꾸는 한국 펜싱, 가장 큰 적은 유럽발 텃세

기사입력 2016-06-22 20:21



한국 펜싱은 4년 전 꿈길을 걸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수확하며 한국의 종합 5위 달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전까지 한국 펜싱이 올림픽에서 딴 메달은 금, 은, 동메달 각각 1개씩이었다. 비인기종목이었던 펜싱은 세계의 벽을 넘으며 단숨에 효자종목으로 떠올랐다.

4년이 지난 지금, 한국 펜싱의 목표는 '런던 신화 재연'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가 있다. 바로 텃세다. 전통적으로 펜싱에 강점을 보였던 유럽이 한국의 선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올림픽 후 대회에서 한국 펜싱은 세계 정상급 기량을 발휘했지만 석연 찮은 판정이 겹치며 메달을 놓치지 일쑤였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가장 두려운 것이 유럽발 텃세다. 국제펜싱연맹(FIE) 수장이 러시아 출신의 우스마노프 알리셰르 회장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한국은 4년 전 올림픽에서 신아람이 '1초의 눈물'이라는 대형 오심을 경험한 바 있다.

조종형 펜싱 대표팀 총감독은 22일 태릉선수촌에서 가진 미디어데이에서 "한국 펜싱의 실력이 급상승하면서 국제대회에서 굉장히 견제를 많이 받는다. 비슷한 상황이 오면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편을 들어준다"며 "그런 것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남자 사브르 에이스 구본길도 "심판 판정이 신경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올림픽은 세계가 지켜보는만큼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심판의 텃세를 감안해 맞춤형 훈련을 진행 중이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가 연습 경기를 하면 심판은 의도적으로 전자에게 불리한 판정을 하고 있다. 올림픽 무대에 설 선수들이 오심에 익숙해지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심판별로 판정의 기준이 조금씩 다른 만큼 대표팀은 심판 개개인의 특징도 면밀히 분석 중이다. 4년만에 올림픽 메달에 재 도전하는 신아람은 "오심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내가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은 대처하고, 그럴 수 없는 부분은 심리적으로 잘 넘어가겠다"고 다짐했다.

4년 전보다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지만 한국 펜싱은 조용히 2개 정도의 메달을 예상하고 있다. 조 총감독은 "색깔을 떠나 최소한 두 개 이상의 메달을 따야 하지 않겠냐"며 "5천만 국민과 함께 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남자 사브르 단체와 여자 플러레 단체전이 이번 대회에 없는 것이 아쉽지만 조 총감독은 개인전을 중심으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남자 사브르의 김정환 구본길을 필두로 여자 플러레 전희숙 남현희, 여자 사브르의 김지연, 여자 에뻬의 신아람까지 런던올림픽서 신화를 썼던 선수들의 마지막 불꽃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남자 에뻬의 박경두도 다크호스다.

조 총감독은 "전술이 많이 노출되서 엇박자로 낼 수 있는 타이밍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전술, 전략적으로 느리게 빠르게 타이밍의 변화를 줬다. 타이밍의 변화로 거리 조절을 가깝게 할때는 많이 가깝게, 멀리할때는 멀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멘탈이다. 이 멘탈을 위해 심리학 치료도 받고 하고 있다"고 했다. 펜싱 대표팀은 이번주까지 다 함께 정신력, 체력 훈련을 한 뒤 종목별로 나눠 세부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7월23일부터 24일까지 나눠 결전지인 리우로 떠난다.


태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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