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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한국의 효자 종목으로 각광을 받았던 복싱이 이젠 찬밥신세가 됐다.
객관적인 기량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플랑크에게 진 것은 갑작스런 감량의 여파였다. 신종훈은 국내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서도 이번 국가대표에도 뽑히지 못했던 선수다. AIBA가 복싱 인기 부활을 노리고 추진한 프로리그인 APB 계약을 어기고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2014년 11월에 1년 6개월의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애초 리우행이 불가능해 보였다.
자격정지 기간에 국가대표 선발전이 치러졌고 신종훈은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 출전을 노렸던 국가대표는 모두 올림픽 예선전에 탈락해 출전이 좌절됐다.
복싱이 비인기 종목이 되면서 선수가 없다는 핑계도 일리는 있다. 복싱이 다이어트에 좋은 생활체육으로 주목을 받지만 선수가 되려는 이들은 별로 없고 격투기에 관심이 있는 선수마저도 종합격투기에게 뺏기는 실정이다.
그러나 협회의 무능력도 질타를 받을만하다.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할 대한복싱협회가 오히려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협회는 이번 올림픽 좌절에 대해 한국이 편파 판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호 AIBA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물러나고 김 전 총장의 반대 세력이 집권하면서 한국 선수들에게 보복 판정이 있다는 얘기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 편파 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할 협회지만 협회는 지난 6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2016 국제복싱협회(AIBA)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전 세계 최종선발대회에 지원팀으로 최희국 사무국장 한 명만을 파견했다. 게다가 최 사무국장은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8강에 진출한 이동윤(75㎏급)의 경기를 보지 않고 귀국했다.
선수 편애까지 한다. 이번 올림픽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신종훈에게 고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 협회는 지난 4월 상임 이사회를 열어 좋은 기량을 가졌지만 국가대표에 오르지 못했던 신종훈과 함상명에게 다시한번 기회를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종훈은 AIBA가 복싱 인기 부활을 노리고 추진한 프로리그인 APB 계약을 어기고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2014년 말 1년 6개월의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못해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다. 함상명은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패했다.
상임 이사회는 두 선수의 기량이 출중하고 상황이 절박한 만큼 예외를 두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함상명만 구제해줬다. 신종훈이 선발전에 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 복싱계에선 신종훈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는데 혐회에서 포상금 1000만원을 주지 않자 지난해 12월 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한 것에 대한 괘씸죄로 신종훈을 제회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마지막 대회에서도 신종훈이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에 협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선수가 없이는 협회도 없다. 협회의 뼈저린 반성이 없는 한 이제 복싱은 올림픽이 아닌 생활체육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