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 가르며 강해진 박태환, 해피엔딩 꿈꾼다

기사입력 2016-07-17 18:08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으로 리우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박태환이 14일 호주 케언즈에서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3일 호주로 떠나 훈련을 이어간 박태환의 이번 귀국은 시차 적응 등을 위해 미국으로 마무리 훈련을 떠나기 전 개인정비를 위해 전담 팀원들과 잠시 귀국한 것이다. 박태환의 전담팀은 호주인 지도자인 토드 던컨 코치와 김동옥 웨이트트레이너, 윤진성 컨디셔닝트레이너로 구성됐다. 박태환은 오는 17일 오전 미국 올랜도로 떠나 시차 적응을 하며 마무리 훈련에 전념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16.07.14/

"저는 수영 선수니까요."

시련을 겪고 출발선상에 다시 선 박태환(27·팀GMP)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묻어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비롯해 각종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던 박태환은 지난 2년 동안 쓰라린 시련을 겪었다. 2014년 9월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진행한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목에 걸었던 메달도 모두 박탈됐다. 박태환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선수 생활의 갈림길에 섰다. 그러나 그에게 전부였던 수영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자격 정지 기간에도 끊임 없이 물살을 가르며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

그렇게 힘겨운 시간이 흘렀고 한층 단단해진 박태환은 자격 징계가 끝난 후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부활을 알렸다. 박태환은 4월 광주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100m·200m·400m·1500m에서 당당히 1위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실력을 입증했다. 국가대표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 기록을 모두 통과했다.

하지만 그의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여전히 박태환 앞에 올림픽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대한체육회는 '도핑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적용해 박태환의 대표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태환 측은 이미 18개월의 징계를 받았는데도 또다시 3년간 대표로 나설 수 없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중재 신청을 냈다. 논란이 계속되던 가운데 CAS는 지난 8일 박태환의 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했고, 결국 박태환은 우여곡절 끝에 리우행 막차에 승선할 수 있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달게 된 감회 어린 태극 마크였다.

대청중학교 3학년이던 2004년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박태환은 어느덧 생애 4번째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17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올랜도로 떠났다. 박태환은 미국에서 2주가량 전지훈련을 진행한 뒤 결전지인 브라질로 향할 예정이다.

최종 담금질에 나서는 박태환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카메라 앞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번 올림픽은 힘들게 나가게됐다. 나는 수영 선수이기에 물살을 가르면서 심적 부담을 해소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수영 뿐이다. (힘들 때마다) 훈련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만큼 더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앞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던 박태환은 "메달을 따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매일 그 생각을 한다. 한 달 뒤 경기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목에 뭐(메달) 하나를 걸고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욕심을 내면 오히려 긴장감이 심해질 것 같다. 그저 내가 훈련한 것들이 경기장에서 (좋은 결과로) 잘 나오기를 바랄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물살을 가르며 더욱 단단해진 박태환은 다음달 6일 자유형 400m 예선을 시작으로 해피엔딩에 도전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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