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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46분의 대혈투였다.
1회전 단식 첫 주자로 나선 정영식은 바스티안 슈테거를 상대로 접전을 펼쳤다. 1세트서 듀스 접전 끝에 12-10으로 기선을 제압한 정영식은 2세트서 스테거의 거센 반격에 밀리면서 6-11로 졌다. 3세트에서 차분한 경기 운영 속에 11-6으로 다시 승기를 잡았지만 4세트를 6-11로 내주면서 5세트까지 내몰렸다. 5세트 중반까지 리드를 잡던 정영식은 슈테거의 커트에 막히면서 8-10, 매치 포인트로 몰렸다. 하지만 차분하게 1점을 따라잡은 뒤 랠리 상황에서 시도한 회심의 오른손 드라이브가 오른쪽 엣지에 맞으면서 듀스가 됐다. 스테거와 한 점씩을 주고 받은 정영식은 드라이브로 한 점을 앞서간 뒤 이어진 랠리에서 스테거의 롱리시브가 아웃되면서 13-11로 5세트를 마치며 3대2로 1단식을 따냈다.
2회전 단식에선 맏형 주세혁이 세계랭킹 5위인 드미트리 옵차로프를 상대했다. 이번에도 쉽지 않았다. 옵차로프는 파워 드라이브를 구사하며 주세혁을 압박했다. 1세트를 5-11로 내준 주세혁은 2세트에서 주무기인 깎아치는 리시브를 앞세워 팽팽한 흐름을 유지했다. 하지만 9-9 동점 상황에서 받아낸 리시브가 엣지 밑부분을 맞으며 점수로 인정되지 않은데 이어 강한 드라이브를 걸던 옵차로프가 변칙적으로 시도한 짧은 리시브를 받아냈음에도 네트에 볼이 걸리면서 2세트도 9-11로 내줬다. 주세혁은 3세트에서도 접전을 펼쳤지만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11-8로 반격에 시동을 걸었다. 4세트에선 리시브 대신 강력한 드라이브 공격을 앞세워 옵차로프를 몰아붙인 끝에 11-2로 완승하며 승부를 따라잡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5세트에 들어서 옵차로프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주세혁의 수비도 무너졌다. 결국 2단식은 2대3, 패배였다.
최후의 보루는 주세혁이었다. 개인전 출전 기회를 후배 이상수에게 넘겨주고 단체전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던 그는 이번 대회 단체전 메달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벼랑 끝에서 시작된 티모 볼과의 4회전 단식은 태극마크를 달고 펼치는 마지막 승부였다.
주세혁은 1세트 초반 잠시 앞서가는 듯 했지만 이내 경기 적응을 마친 볼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며 고전했다. 1세트 막판에는 리시브와 드라이브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으면서 결국 8-11로 1세트를 마쳤다.
2세트에서도 주세혁은 초반에 2점을 먼저 따냈지만 이후 상대 강약 조절에 자리 잡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내리 4실점을 했다. 긴 랠리 끝에 잠시 흐름을 끊는 듯 했지만 리시브가 흔들리며 고전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볼이 실수를 해야 주세혁이 점수를 얻는 형국이었다. 2세트도 결국 9-11, 주세혁의 패배였다.
티모 볼은 국제대회서 자주 만났던 주세혁을 철저히 공략했다. 3세트부터는 주세혁의 리시브를 공격적으로 공략하며 초반부터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주세혁도 랠리 상황에서 드라이브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잇달아 엣지를 빗나가면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3세트도 6-11로 마무리 되면서 동메달은 독일의 품에 안겼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