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걸!멋진걸!]활짝 웃는 아이들, 땀 흘리며 얻은 세 가지

최종수정 2016-10-11 08:28




지난해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했다. 유관기관, 정계,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많은, 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실제적인 변화도 있었다. 여학생 체육활성화를 위한 학교체육진흥법이 개정됐다. 의견도 하나로 모아졌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였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한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조선이 함께 한다. 올해부터 전면 실시되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여중생들과 만난다.

전국 50개 학교 여중생들의 운동 능력, 신체 발달 정도, 흥미 등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 스포츠매니지먼트-유관기관 여성 리더 등의 강연도 마련했다. 진로와 꿈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스포츠현장도 찾아간다.

'진정한 건강 미(美)와 꿈(Dream)을 찾는 여학생'이 모토다. 대한체육회와 함께 하는 미드림(美-Dream) 프로젝트, '뛰는 걸(Girl)! 예쁜 걸(Girl)! 멋진 걸(Girl)!'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뛴다.

체조요정 손연재, 리우올림픽 2관왕 양궁 장혜진, '우리 언니' 김연경의 대한민국 여중생들을 향한 응원전으로 막을 올렸다. 안상성호중학교 여학생들의 첫번째 시간도 '살짝' 엿봤다. 이번에는 예열을 마친 김포 통진중학교의 예쁜 꿈나무들을 찾아간다. <편집자주>



여학생 자유학기제 '미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김포 통진중학교 여학생들이 '탱탱볼 빨리 주고받기' 게임을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김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수업 시작 5분 전입니다."

가을 햇살이 따사로웠다. 운동장에 수업 시간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1학년 1~2반 여학생들이 5교시 체육 합동수업을 위해 하나둘 운동장에 모여들었다.


이번에 찾은 곳은 경기도 김포의 통진중학교다. "학교에 국악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있는데 이번에 경기도 종합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며 선생님과 학생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 뿐아니라, 체육과 예술, 문화 쪽으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느 학교보다 활기가 넘쳐 보였다.

하얀색 체육복을 입은 (김)지은이는 일찌감치 운동장에 나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자전거를 타다 다친 왼팔에 깁스를 하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지은이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체육시간이 제일 좋아요"라며 "다친 팔만 조심하면 체육수업에 참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죠"라고 환하게 웃었다.

왼팔에 깁스를 한 (김)지은이가 마냥 즐거운 듯 바쁘게 뛰어나기도 있다. 김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사실 여학생들에게 체육시간은 '귀찮음' 그 자체다. 10분 안팎의 짧은 쉬는 시간 동안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까지 나가는 것이 생각만큼 '수월한 일'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꾸물대면 수업시간에 늦기 일쑤.

여기에 땀 흘린 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다음 수업을 들어야 하는 '찜찜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한창 예민한 여중생들에게 체육시간이 꼭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다.

그런데 '미드림 프로그램' 시간은 예외였다. 기존의 체육시간과 달리 놀이를 변형한 '여학생 맞춤형 뉴스포츠'에 '지은이와 친구'들은 즐거워했다. 얼굴에는 웃음이 묻어났다. '미드림 프로그램'에 한 번 맛을 들이더니 땀 흘리는 즐거움을 만끽 하는 듯 했다.

신나는 음악 소리에 맞춰 준비 운동을 마친 뒤 2명씩 짝을 지어 일렬로 섰다. 한 손에는 뭉실뭉실한 솜털공이 들려있다. 2인1조로 짝을 이루고는 음악에 맞춰 솜털공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음악이 멈추면 솜털공을 가진 사람이 벌칙을 받았다. 팔 벌려 뛰기 3회. '식은 죽 먹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학생 특유의 '흥'이 달아올랐다. 급기야 몇몇은 껴입은 옷을 벗어 던졌다. 운동복 2개를 입고 나왔던 (안)현지는 "더워요"라면서 두꺼운 옷을 벗고 더 신나게 뛰었다. 현지 뿐 아니라 모두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가위바위보.' 지면 벌칙이다. 아이들이 신중하게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김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분위기를 제대로 탄 '그 녀'들 앞에 새로운 도구가 놓였다. 바로 '육색마커(여섯 가지 색으로 구성된 원반)'였다.

'이번에는 뭐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또 2인1조로 팀을 꾸렸다. 그러더니 '가위바위보'를 하란다. '헉~',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통상적인 가위바위보는 이긴 사람이 유리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이긴 사람이 훨씬 많은 운동량을 소화해야 했다. 앞으로 뛰기, 옆으로 뛰기 등 벌칙도 점점 '진화'했다. 운동 효과만큼이나 우리 여중생들의 웃음소리도 한층 커졌다.

힘차게 달린 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쉬는 시간에 마신 물은 그 어느 때보다 시원했다. 모든 갈증이 단숨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후반 수업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얼음땡 놀이'를 했다. 탱탱볼을 잡은 술래는 친구들을 잡으러 다녔다. 위기에 몰린 친구들은 "얼음"을 외쳤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얼음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비밀이 있었다. '얼음'을 깨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명이 동시에 "땡"을 외쳐야 했다.

여기저기서 "빨리 깨줘~"라며 도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난 '생환자'들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밝게 웃었다.

조별 운동도 진행됐다. 6명씩 4개조를 짜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이기는 사람이 상대팀 솜털공을 얻는 것인데, 가장 많은 공을 획득한 팀이 우승이었다. 반면 솜털공이 가장 적은 팀은 엉덩이로 이름쓰기 또는 스쿼드 등의 벌칙을 받기로 했다.

우승을 향한 '여전사'들의 열정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솜털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온 몸으로 '철벽수비'까지 했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는 나뉘는 법. 우승팀은 부러움 가득 담긴 박수를 선물 받았고, 진 팀은 스쿼드 운동으로 하체 힘을 길렀다.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프로그램. '탱탱볼 빨리 주고받기'가 준비됐다. 이번에는 조금 큰 선물이 걸렸다. 바로 휴식! 1등 팀은 쉬고, 꼴찌는 뒷정리를 해야했다.

승리를 향한 욕심, 그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발휘해 공을 주고받았다. 가끔은 욕심이 과해 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공이 옆으로 튕겨 나가기도 하고 친구의 어깨를 맞추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하나 짜증내지 않고 "다시 한 번 하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마음껏 뛰어 놀다보니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오늘도 잘~ 뛰었다~." 모두의 얼굴에서 해맑은 미소가 흘러 넘쳤다.

수업을 마친 (엄)세정이는 "수업 첫 시간에는 하기 싫었어요. 다른 체육시간이랑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그동안은 피구를 하거나, 남자애들이 운동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시간을 보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냥 친구들끼리 수다나 떨었죠"라며 "'미드림 프로그램'은 정말 재미있어요"라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김동석 교장선생님은 "운동은 아이들 체력에만 좋은 게 아니다. 함께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랬다. 아이들은 2시간 동안 정신없이 뛰어놀며 체력도 기르고, 환한 웃음도 되찾고, 친구들과의 추억도 쌓는 '1석3조'의 효과를 누렸다. 뛰는 걸(Girl)은 정말 예쁘고 멋진 걸(Girl)이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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