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호주의 전훈 캠프, '접영여신' 안세현(23·SK텔레콤)의 하루는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시작한다. 6시40분 수영장으로 출발, 7시에 수영장에 도착, 20분간 스트레칭 후 물속에 뛰어든다. 1시간 40분간 물살을 가른다. 주3회 체력훈련도 빼놓지 않는다. 밴드 등을 활용해 코어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주로 해왔다. 식사, 휴식 후 오후 4시20분부터 다시 수영훈련이 시작된다. 오후 6시까지 물살을 가른 후 40분간 물리치료를 받으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1995년생 스물셋의 청춘,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이 넘쳐날 나이에 그녀는 오로지 수영뿐이다. '똑딱똑딱' 매일이 똑같은 하루, 단내나는 훈련이 외롭고 지칠 법도 하건만 그녀는 꿈 하나로 버틴다. 예쁘장한 얼굴의 소녀는 풀에만 들어서면 눈빛이 바뀐다. '안세현에게 접영이란?'이라는 질문에 그녀는 "접영은 내 분신, 가족같은 존재.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답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박태환이 나서지 않는 아시안게임,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안세현은 개인혼영 200-400m 금메달에 도전하는 '절친' 김서영(경북도청)과 함께 스포츠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선수다. 안세현은 20일 50m 접영, 21일 100m 접영, 22일 200m 접영에 잇달아 나선다. 접영 50-100-200m 전종목에서 시상대에 올라서는 것을 목표 삼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에서 한국신기록(2분06초67)을 쓰며 세계 4위,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던 주종목 접영 200m에서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다.
안세현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해 12월 호주 맥도널드챔피언십 접영 100m 금메달, 올해 1월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오픈 챔피언십 접영 200m 금메달,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NSW) 스테이트 오픈 챔피언십 접영 50m 은메달 등 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아시안게임 실전훈련을 위해 나선 5월 도쿄오픈에선 주종목인 접영 2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첫 태극마크를 단 수영소녀의 두번째 아시안게임 이야기가 곧 시작된다. 14일 호주 케언즈를 떠나 결전지 자카르타를 향하는 안세현이 결연한 각오로 자필 인터뷰에 응했다. 성실하고 겸손하게 달려온 15년 수영의 한길처럼, 또박또박 정성스러운 글씨체로 금빛 의지를 드러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절친 김서영과 함께: "서로가 타국에서 훈련하고 있어서 최근에 깊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올해 초부터 서영언니와 함께 잘하자고 이야기를 해왔다. 수영이 비인기종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서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마인드컨트롤: "수영은 기록종목이다 보니 연습기록에 비례해서 경기기록이 나온다. 기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록이 좋을 때는 그 느낌을 기억하고 유지하려 한다. 좋지 않을 때는 좋았을 때 영상을 돌려보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생각이다."
금메달 부담감: "더 좋은 기록을 원하기 때문에 생기는 압박감, 주변의 관심으로 인한 부담감에 때로 스트레스도 받는다. 올해는 꽤 긴 슬럼프도 경험했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