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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대추격전이 펼쳐졌다. 하위권으로 처졌던 진종오(39·KT)가 경쟁자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아르템 체르누소프(러시아)와 금메달의 주인을 가리는 외나무 다리에 섰다. 마지막 두 발을 모두 쏜 두 선수의 점수는 241.5점 동점. 1.6점차로 앞서던 체르누소프가 거짓말처럼 흔들렸다. 승부를 가리기 위해 쏜 슛오프 한 방에 희비가 갈렸다. 진종오가 10.3점을 쏜 반면 체르누소프는 9.5점에 그쳤다. 16일 전인 지난 8월 13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선에서 5위에 그치며 회한의 눈물을 쏟았던 '사격의 신' 진종오는 승리가 확정되자 두 손을 치켜들며 눈물을 흘렸다.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열린 창원세계사격선수권. 진종오가 노메달의 허탈감과 흐트러진 집중력을 어떻게 살릴지가 관건이었다. 지난 2일 곽정혜와 짝을 이뤄 출전한 10m 공기권총 혼성전에서 본선 9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우려가 현실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진종오는 초연했다.
"결과는 어쩔 수 없다. 개인 종목이 남았다. 오늘 컨디션 조절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전에서는 긴장을 덜해 금메달을 안겨드리도록 하겠다."
6일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본선. 진종오는 한때 22위까지 처지면서 8명이 오르는 결선행 실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진종오는 본선 5라운드 마지막 3발을 모두 10점을 쏴 582점(5위)을 찍고 가까스로 결선에 올랐다.
진종오는 결선 초반 최하위로 떨어졌다. 선두 체르누소프와 점수차가 5점차까지 벌어졌다. 중하위권 선수들에게 밀리면서 조기 탈락의 벼랑 끝까지 몰렸다. 각각 두 발씩을 쏘면서 한 명씩 탈락시키는 엘리미네이션 라운드에서도 잔류와 탈락의 줄타기를 했다. 초반부터 뛰어난 격발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린 체르누소프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위기 속에서 진종오는 '사격의 신'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고비 마다 10점 이상을 기록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상대 선수들이 흔들릴 때도 굳건하게 페이스를 유지했다. 6위 결정 엘리미네이션 라운드에서 대표팀 후배 한승우를 0.5점차로 제쳐 탈락을 면하기도 했다. 고비를 넘기며 만난 체르누소프와의 승부에서는 말그대로 신들린 경기를 펼쳤다. 장내 아나운서는 "Unbelivable(믿을 수 없다)"을 연신 외쳤고, 국내 팬들은 열광으로 화답했다.
▶스스로 내려놓으며 뚫은 金과녁
진종오는 경기 후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많이 힘들었다"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당시) 운이 없었다. 식사, 컨디션 관리 모두 신경을 썼는데, 장염에 걸렸다. 5일 동안 고생을 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아 너무 속상했다"며 "4년 주기인 세계선수권 역시 아시안게임처럼 마지막 출전이 아닐까 싶었다. 힘겨운 승부였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내려놓은 게 금메달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진종오는 "결선 초반 8점대를 쏘며 실수를 할 때 '내가 또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잘 쏘는 러시아 선수(체르누소프)를 보면서 '오늘 절대 못 이겠구나' 생각도 했다"며 "3위를 확보한 뒤에도 '이만큼 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비우고 쏜게 슛오프 승리의 원동력 아닌가 싶다. 운이 따랐던 것 같다"고 웃었다.
안방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입증한 진종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또다시 금빛 총성을 울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쿄를 넘어 아시안게임 한풀이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에 대해 진종오는 "오늘 그런 부분에 대해선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그저 즐기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