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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들어온줄 알았다. 오랜만에 심장이 쫄깃쫄깃했다. 재미있게 했다."
24일 중국 절강성 항저우 황롱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년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T52 100m 결승. 초반부터 '원톱' 이토 다쓰야(일본)가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그 뒤에서 정종대와 제롤드 망리완(필리핀)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토가 17.41초, 망리완이 18.65초, 정종대가 18.67로 1,2,3위를 찍었다. 0.02초차로 메달 색이 달라졌다. 3개 대회에 수확한 4번째 메달이다.
정종대는 알려진대로 휠체어 럭비를 하다가 육상으로 종목을 바꿨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 사정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아버지가 덜 위험한 종목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권유해 육상선수가 됐다.
아버지같은 할아버지는 손자가 육상 국가대표가 된 2014년, 그해 돌아가셨다.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정종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했는데, 감성이 풍부한 청년 레이서였다.
할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손자가 되고 싶었던 정종대는 아시안게임 수상대에 올라 박수를 받는 선수가 됐다. 할아버지가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품고 내려볼 것 같다.
정종대는 25일 200m 결승 출전이 예정돼 있다. 내년 5월 고베세계선수권대회, 8월 파리패럴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올 겨울에 열심히 노력해 기록을 좀 당기고 싶다. 일단 남은 경기를 즐기고 돌아가 열심히 준비하겠다."
정종대의 다짐이다.
한편, 육상 남자 T53 100m 결승에선 유병훈(51·경북장애인체육회)이 4위(15.52초), 윤경찬(31)이 6위(15.80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항저우(중국)=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