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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레전드 깎신' 주세혁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이 '안방' 부산세계선수권 부담을 딛고 4연속 메달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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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강 중국 에이스들을 상대로 정면승부할 생각이다. "정면승부할 것이다. 오더 고민을 보통 열흘간 한다.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고 고민한다. 저는 이것 때문에 이겨도 정말 힘들다"며 에이스 3명만을 택해야 하는 감독의 고충을 털어놨다. "내일은 안방에서 하기 때문에 무조건 정면승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세계 최고의 포어드라이브를 지닌 톱랭커 장우진, 최고의 '바나나플릭'을 장착한 왼손 에이스 임종훈, 세계선수권 개인전 최다 메달을 보유한 '베테랑 닥공' 이상수, 2019년 부다페스트 대회 동메달 안재현, 탁구신동 출신 10대 왼손 에이스 박규현 등 최강의 공격수들 뒤엔 '월드클래스 수비 레전드' 주 감독이 있다. 가장 오래, 가장 잘한 선수, 2003년 파리 대회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이자 2008년 광저우 대회 단체전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 주역인 주 감독은 실전경험에 기반한 구체적인 작전, 예리한 분석력, 근거 있는 데이터 탁구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이번 대회 절체절명의 순간, 한 포인트가 반드시 필요한 고비에서 어김없이 떨어지는 타임아웃 타이밍에 대해 주 감독은 "오늘도 결과론이지만 타임아웃을 잘 성공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타임아웃 타이밍을 굉장히 많이 고민한다"고 했다. 이날도 4게임 그로트가 강력하게 추격해오던 순간, 타임아웃 작전시간 후 임종훈이 백서브로 게임포인트를 따내며 경기를 매조지 했다.
4강행을 확정 지은 후 임종훈은 주 감독의 벤치 지략을 '신의 한수'로 묘사했다. "경기를 들어가면 앞에 선 선수의 수를 읽기가 되게 어렵다. 탁구는 드라이브, 커트 등 여러 기술이 있고 장기나 체스, 바둑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주 감독님은 늘 저와 좀 다른 특별한 묘수를 항상 얘기해주신다. 제가 불안해도 '신의 한수'같이 진짜 찔러넣었을 땐 항상 잘 통한다. 그게 주 감독님이랑 잘 맞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방 홈팬들 앞에서 동메달을 확보한 데 대해 주 감독은 "4강이 진짜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일단 기본적으로 할 것은 다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안하다. 대진도 잘 받았는데 실수하거나 망신당할까 걱정도 했다. 이제 마음의 짐 하나를 던 만큼ㅁ 내일 진짜 한번 승부해보겠다"고 다짐했다.
현역 시절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중국이 누구보다 인정했던 '깎신' 주 감독은 중국전을 앞두고 필요한 조건을 열거했다. "선수들도 풀려줘야 되고 네트도 몇 개 나와야 되고 그 다음 홈팬들 응원 때문에 상대 범실도 있어야 하고 그런 게 모이다 보면은 어느날 한번은 넘어가더라"면서 "그런 게 한꺼번에 다 모여서 한번씩 기적이 일어난다"고 했다.
22일 중국과 일본의 8강전, 일본은 10대 영건들을 내세워 만리장성을 야심차게 공략했고 몇 게임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결국은 0대3 완패를 막진 못했다. 이 경기를 실시간 영상으로 봤다는 주 감독은 "중국탁구는 우리나라 양궁같다. 늘 그렇게 고비가 있는데도 그 고비에서 안넘어가는 게 중국이고 모든 것에 다 대비를 한다. 마롱도 판전둥도 넘어갈 듯 안넘어가는 것, 그것이 중국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금 선수들 컨디션도 좋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아서 내일 저도 솔직히 기대가 된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