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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선임된 박 감독이 우리나라 언론과 만나 속내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내가 일본에서 20년 감독을 했고, 영국과 말레이시아까지 합치면 거의 29년 만에 귀국했다. 물론 가족을 보러 오가긴 했으나 (외국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있었다"고 밝혔다.
취재진 앞에 서는 게 어색하다는 박 감독은 "(대한배드민턴)협회가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감독직을 맡게 돼 걱정과 부담이 있었다"며 "감독 선임이 난항을 겪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한 번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전에 한, 두 번 기회가 있었지만 시기가 맞지 않았다"며 "후배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하지 못하면 후배들을 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도자 경력을) 그만두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1964년생인 박 감독은 이번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마지막이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인데, 너무나 영광스러운 한국 대표팀 감독이 돼서 감사드린다"며 "안세영 선수를 비롯해 김원호, 서승재 선수 등 그간 정말 좋은 성적을 냈던 선수들이 있다.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들어서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김학균 전 감독과 지난해 말 결별한 뒤 줄곧 사령탑이 공석이었다가 협회가 지난 4일 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 수장을 찾았다. 그는 2026년까지 대표팀을 지도한다.
박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 은메달을 한국에 안긴 '배드민턴 전설'이다.
배드민턴은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따라서 박 감독은 '최초의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로 종목 역사에 기록됐다.
박 감독의 한국 사령탑 데뷔 무대는 27일부터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수디르만컵)다.
선수단을 이끌고 출국길에 나선 박 감독은 "선수들 컨디션을 확인했는데, 안세영 선수가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연습과 경기는 다르다"며 "경기 수를 놓고 (선수와) 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승재, 김원호 선수도 전영오픈에서 우승했는데, 이후 아시아선수권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다. 3월에 대회를 다녀오고, 직후 또 국내 대회를 소화해서 일정이 강행군이 됐다"며 "완전한 컨디션이 돌아올 수 있도록 관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배드민턴 복식의 역사를 쓴 박 감독은 대표팀 복식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구상 중이라 한다.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 공희용(전북은행)-김혜정(삼성생명) 등 주요 복식 조를 언급한 박 감독은 "이런 톱 선수들의 랭킹은 올라와 있는데, 그 밑으로 중간과 아랫부분은 랭킹이 많이 쳐진다"며 "그래서 슈퍼 1000과 같은 최상위급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다른 나라보다 조금 적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단식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가 그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중간 수준의 선수들의 랭킹을 빨리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pual0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