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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남녀 간판 박홍조(42·서울시청)와 김옥금(65·광주시청)은 '23세 차 동료의 케미'를 넘어 '남매의 케미'를 자랑한다. 박홍조는 "이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다. 나이차로는 어머니 뻘이지만, 평소 누나라고 부른다. 누나라고 부르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관계를 더 가깝게 유지하기 좋다. (김)옥금이 누나도 누나라고 불러주길 원할 것 같다"라며 "평소 옆에서 잘 도와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고 했다. 김옥금은 "홍조는 최고의 동료다. 홍조가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어떻게 (파리)패럴림픽에서 4강에 올랐겠나. 평소 나를 잘 챙겨줘서 늘 고맙다"고 화답했다.
이 대회를 빛낼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 중에는 리커브 국가대표 이지훈(36·서울시청)도 있다. 이지훈의 이력은 특이하다.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딴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였던 이지훈은 양궁으로 전향해 동하계 패럴림픽 메달에 도전중이다. 군 제대를 앞두고 장갑차에 깔리는 사고로 장애를 얻은 이지훈은 "2018년 평창패럴림픽 동메달 직후 그해 6월 양궁으로 전향했다. 내가 한쪽 고관절이 없어 몸싸움에 약하다. 고민을 하다 종목을 바꾸게 됐다. 아이스하키가 육체적으로 힘들다면, 양궁은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운동신경을 타고난 이지훈은 빠르게 두각을 드러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으로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든든한 가족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평창패럴림픽 당시 신혼이었던 이지훈은 아내 황선혜씨와의 러브스토리로도 화제가 됐었다. 조정 코치와 선수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아내가 예전에 운동했던 사람이라, 합숙 같은 부분을 잘 이해한다. 아내가 그런 걸 이해하지 못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다. 아내와 여섯 살 된 아들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메달리스트의 부담감 탓일까. 이지훈은 국가대표 선발전 도중 공황장애 증세를 보였다.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일주일 전 대회 때는 힘들었다"라며 "최대한 '나 자신을 믿자'라는 말을 되뇌이며, 마인드컨트롤을 하려고 한다. 아쉬운 성적으로 파리패럴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는데, 올해 세계선수권에선 꼭 메달을 따고 싶다. 동하계에서 동시에 메달을 딴 첫 번째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설욕을 위해, 건강을 위해, 최초의 목표를 위해'. 저마다의 목표는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 한국 장애인 양궁의 성공이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이 목표 달성을 향한 첫 걸음이다. 세 명의 궁사는 세계선수권에서 필히 맞닥뜨릴 중국, 인도 등 라이벌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겠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