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대표팀 돌아온 구본길 "7번째 AG 금, 새 역사 향해 '고'"

기사입력 2025-09-22 14:05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준결승에서 한국 구본길이 프랑스 막시메 피앙페티를 상대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8.1 yatoya@yna.co.kr
(파리=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준결승에서 한국 구본길이 프랑스 세바스티앵 파트리스를 상대하고 있다. 2024.8.1 yato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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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만큼 했잖아' 평가에 은퇴 고민했지만…내 마음 속이기 싫었어"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아시안게임(AG)이 아니었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그만둘 생각이었어요. 아무에게나 쉽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잡아보고 싶어요."

선수 생활 황혼기에 찾아온 '은퇴 고민'을 끝내고 펜싱 국가대표로 돌아온 남자 사브르의 베테랑 구본길(부산광역시청)이 '새 역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구본길은 최근 확정된 2025-2026시즌 펜싱 국가대표 명단에 남자 사브르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여름 열린 파리 올림픽 이후 2024-2025시즌에는 육아와 재충전 등을 이유로 태극마크를 내려놨던 그가 1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펜싱 국가대표는 매년 주요 국내 대회(대통령배·김창환배·종목별오픈·국가대표 선발대회)의 성적을 환산한 점수, 국제펜싱연맹(FIE) 개인 랭킹 순위에 따른 점수를 토대로 선발된다.

구본길은 대통령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종목별 오픈 2위, 국가대표 선발대회 3위, 김창환배에서는 9위에 오르며 국내 대회 성적에선 후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그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국가대표가 된 이후 이 정도로 쉬어본 것이 처음이었다. 대표팀을 나와 있는 동안 펜싱을 새로운 측면으로 보게 되면서 제가 몰랐던 타이밍 같은 것을 알게 된 것 같다"고 선전 비결을 전했다.

그는 "밖에 나와 있다 보니 공허한 면도 있었다. 대표팀에 들어가면 힘들다고는 하지만, 17년 동안 그 생활과 루틴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2%' 채우지 못한 것 같은 갈증이 있었다"며 모처럼의 선수촌 생활에 기대감도 드러냈다.

올해 국내 대회에서 빛나는 성적을 내고도 그는 그대로 은퇴할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금메달 6개를 목에 걸어 한국 선수 역대 최다 공동 1위가 된 구본길은 당시 "(단독 1위의) 욕심이 난다"며 "2026년 아이치·나고야까지 달려보겠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올해 4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 대회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선 이와 관련해 "선택의 길목(에 있다)"이라며 확답하지 않아 고심을 드러낸 바 있다.

구본길은 "올해 국내 대회는 국가대표가 다시 되겠다는 마음보다도 창단한 소속팀을 위해서 열심히 한 것이 컸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제 할 만큼 했으니 후배들에게 양보해'라는 말이 나오니 아예 대회를 나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그러던 중 국가대표 선발에 반영되는 3번째 대회인 지난달 대통령배 대회에서 우승한 건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 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펜싱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남들의 시선이나 의견 때문에 밀쳐내고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왜 그만둬야 해' 오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 길로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국가대표로 더 뛰겠다는 결심을 밝혔다는 그는 "이후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졌다. 홀가분하다"며 웃었다.

구본길은 "아시안게임이 아니었다면 이런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새 역사가 될 기록에 도전할 마음을 완벽히, 100% 굳혔다.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못 먹어도 고'"라고 힘줘 말했다.

지금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해서 아시안게임 출전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랭킹과 지도자 평가를 종합해 남자 사브르 대표 선수 중 4명 안에 들어야 나고야로 갈 수 있다. 비중이 높은 세계랭킹을 끌어 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구본길은 "제가 아시안게임에 나가려고 해야 후배들도 자극받을 것이다. 그래야 서로 긴장 속에 경쟁력이 생기고 발전할 수 있다"면서 "예전처럼 앞장서서 하기보다는 뒤에서 지켜보며 분위기를 맞추고 제가 할 일을 하면서 밀어주는 형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ong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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