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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는 모두 다섯 차례 열렸는데 일본이 세 차례나 우승컵을 가져갔다. 우리는 초대와 2회 때 4강과 준우승으로 선전했지만, 이후 모두 1라운드 탈락했다. 특히 직전인 2023년에는 현재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의 '일본 트리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등의 활약 속에 일본이 미국을 꺾고 우승하는 걸 부러워하며 지켜봤다. 이들 트리오는 올해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리그를 지배 중이다.
하지만 우리도 심기일전해 재정비한다면 다시 우위를 잡을 날이 올 수 있다. 과거 우리 대표팀이 일본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을 때도 리그 수준, 훈련 환경, 선수 수급 기반 등은 지금보다도 오히려 더 격차가 컸다. 그렇다면 뭔가 한국인만의 특출난 DNA가 있지 않았을까. 과거엔 그런 걸 '투지'라 불렀던 것 같다. 특히 과거 일본 리그를 압살하고 불멸의 대기록까지 남긴 세 명의 선수가 우리와 같은 피라는 사실은 언젠가 다시 일본을 넘을 거란 희망을 싹틔운다.
이팔용, 김경홍, 장훈은 90년 가까운 일본프로야구 역사에서 범접 못 할 업적을 남겨 레전드 중 레전드로 꼽힌다. 부산에서 태어나 유년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이팔용(후지모토 히데오)은 통산 200승을 올리면서도 평균자책점 1.90으로 역대 최저 기록을 보유했다. 초창기 활약했기에 그는 고대 신화 영웅 같은 존재로 기억된다. 직구처럼 오다 사라지는 마구(魔球) 슬라이더를 일본 최초로 던졌고, 첫 퍼펙트게임 달성 투수이기도 하다. 그의 평균자책 기록은 앞으로 안 깨질 거란 전망이 다수다.
'대투수' 김경홍(가네다 마사이치)이 세운 각종 기록은 전문가들조차도 절대 깨지지 않을 거라 장담하는 것들이 많다. 우선 통산 최다승인 400승 기록은 인간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9년 연속 20승과 5천개 가까운 통산 최다 탈삼진을 비롯해 통산 최다 투구 이닝, 최다 완투 기록 등도 마찬가지로 비범하다. 이 밖에도 투수인데도 타격 능력이 뛰어나 대타 등으로 나오며 통산 38개의 홈런을 쳤다.
야구를 국기(國技)처럼 여기는 일본인들은 이들의 기록과 삶의 궤적에 존경심을 표한다. 세 사람이 재일교포로서 겪은 차별과 고난의 핸디캡에도 이런 대기록과 업적을 남겼다는 건 더 놀랍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귀화했거나 태어날 때부터 사실상 일본 국적이었고, 평생 정체성 혼란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런 아픔을 많은 '자이니치(재일교포) 후일담'을 통해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leslie@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