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gn='left" bgcolor='#ffffff" class='caption'>'의현삼촌' 신의현과 '스마일 철녀' 김윤지가 30일 평창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 경기 직후 나란히 경기장을 달리며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분투하는 의현삼촌 뒤로 스마일리 김윤지가 웃으며 달린다. 한체대 25학번 김윤지는 '태권도 선수'인 신의현의 큰 딸보다 딱 한 살 위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평창=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평창 레전드' 신의현(46·세종·BDH파라스)과 '스마일 철녀' 김윤지(20·서울·한체대-BDH파라스)가 지난달 29일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녀 좌식 3㎞에서 압도적 레이스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현장을 지켜본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KPC 선수위원장' 신의현에게 당부했다. "이제는 네가 앞장서서 너 같은 후배들을 더 많이 키워내야 한다. (김)윤지에게 첫 패럴림픽 실패담, 성공담을 잘 알려줘라."
대한민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최초의 금메달리스트 신의현은 2018년 평창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첫 '안방' 동계패럴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 후보로 모두가 신의현을 지목했다. 패럴림픽 직전 국제대회에서 포디움을 휩쓸었다. 그러나 부담감 탓인지 앞선 5종목 성적에선 크로스컨트리 15㎞ 동메달에 그쳤다. 모두가 등 돌리고 떠난 설원에서 신의현은 마지막 개인 종목 크로스컨트리 7.5km에서 5전 6기 끝에 기어이 첫 금메달 역사를 썼다.
베이징 패럴림픽 노메달 이후 3번째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에 도전하는 신의현은 혼자가 아니다. '스무 살 레이서' 김윤지와 동반 포디움을 목표 삼고 있다. 첫 패럴림픽의 추억을 떠올리던 그는 "잘하고자 하는 욕심, 부담감에 마음이 조급했었다"고 돌아봤다. 세 번째 패럴림픽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최근 사격감이 백발백중이다. 체전 직전 폴란드 야쿠시체에서 열린 국제바이애슬론연맹 파라바이애슬론 월드컵에서 은, 동메달을 따내며 기분 좋은 모의고사를 마쳤다.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에서도 '바이애슬론' 메달을 목표 삼은 신의현은 "희망을 품고 간다"고 했다. 김윤지도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소치부터 2022년 베이징까지 크로스컨트리 스키, 바이애슬론에서 '금 5, 은 7. 동 2'를 휩쓴 '미국 리빙 레전드' 옥사나 마스터스(37)를 또다시 꺾고 우승했다. 8년 전 평창 패럴림픽을 앞둔 '직진 청년' 신의현의 가파른 상승세와 똑 닮았다.
이번 대회 체전 현장에서 'MVP' 김윤지를 향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여성선수 최초의 개인전 동계패럴림픽 메달리스트 탄생에 대한 기대감. 신의현은 "윤지는 괴물"이라고 단언했다. "노르딕스키에 입문한 지 겨우 3년 됐는데 1년여 만에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괴물'이다. 나보다 더 괴물이다"라고 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보면 1-2위 싸움이다. 옥사나 마스터스와 투톱 체제다. 켄달 그레치(독일)보다는 분명 앞서 있다. 옥사나는 최근 스키 시트를 바꾸면서 더 빨라졌는데 윤지가 밀리지 않는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내 경우엔 처음 시작할 때 나이가 어느 정도 있었다. 윤지는 장애 정도도 나보다 심하고 나이도 어린 데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나를 뛰어넘을 선수"라고 특급 칭찬을 했다. 패럴림픽 시즌, 국제 무대에서 '노르딕 신성' 김윤지에 대한 견제를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신의현은 "등급 관련 견제도 있었다"고 했다. 10.5체급인 김윤지의 폭풍 성장에 등급 이슈가 불거진 것. 장애인 스포츠에서 등급 분류는 경기력과 순위를 좌우하는, 결정적 팩터다. 독일 핀터프라우 월드컵을 앞두고 등급 재확인 작업이 진행됐고, 김윤지는 10.5체급을 유지했다. 신의현은 "나도 평창 패럴림픽 직전 순위가 급상승하면서 일부 국가에서 장비를 팔지 않는 등 견제가 들어왔었다. 그만큼 윤지가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메달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대해도 좋을 것같다. 나도 기대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align='left" bgcolor='#ffffff" class='caption'>"아빠 파이팅!" 신의현(오른쪽 끝)이 29일 전국동계장애인체전 금메달 시상식 후 베트남 출신 아내 김희선씨, 여덟 살 '평창둥이' 막내아들 상철군과 파이팅 포즈를 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김윤지는 '신의현 선수가 괴물이라고 하더라'는 귀띔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의현 삼촌이 '괴물'이시죠"라고 했다. "의현 삼촌은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욕심내지 말고 차분하게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말씀도 해주세요. 장비도 고쳐주시고, 휠체어도 고쳐주시고…. 경험 많은 선배님이 옆에 계셔서 든든해요. 경험과 마음가짐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라고 생긋 웃었다.
김윤지는 늘 웃는다. 노르딕스키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온전히 즐길 줄 안다. 극한의 질주 후 결승선을 통과할 때도 그녀는 언제나 반달 눈웃음이다. 외국 선수들도 그녀를 "스마일리"라는 애칭으로 부른단다. 그녀에게 '결승선 스마일'의 비결을 묻자 "'아, 끝났다'는 기분에 행복해서, 그리고 다들 카메라로 찍고 계시니까 웃어드려야죠"라며 또 활짝 웃었다.
신의현과 김윤지는 2일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결단식 직후인 4일 이탈리아 리비뇨로 출국, 3주간 고지대 훈련을 마친 후 다음달 3일 패럴림픽 선수촌에 입촌한다. '스마일리'와 '괴물' 사이,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에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46세 철인' 신의현과 '스무 살 철녀' 김윤지의 레이스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