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밀라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 결승선 1위로 통과하며 환호하는 김길리.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9/
16일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아레나에서 밀라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경기가 열렸다. 준결승 레이스 도중 충돌한 김길리.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6/
[밀라노(이탈리아)=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고생 끝에 피어났다. 새로운 쇼트트랙 주역의 등장을 예고했다.
한국은 19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4분04초014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최민정 김길리(이상 성남시청) 노도희(화성시청) 심석희(서울시청)로 구성된 한국은 막판 감동의 역전 드라마를 쓰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4분04초107을 기록한 개최국 이탈리아가 은메달, 4분04초314를 기록한 캐나다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디펜딩 챔피언 네덜란드(4분09초081)는 4위로 고배를 마셨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 빙상 종목 첫 금메달로 '노 골드' 우려를 떨쳤다.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가온(세화여고)에 이은 한국의 2번째 금메달이다. 쇼트트랙 종목에선 황대헌(남자 1500m 은메달), 임종언(남자 1000m 동메달), 김길리(여자 1000m 동메달)에 이어 4호 메달이다.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밀라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 결승선 1위로 통과하며 환호하는 김길리.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9/
네덜란드가 미끄러지고, 캐나다가 실수한 틈을 노려 마지막 책임을 맡은 주인공이 김길리였다. 2바퀴를 남겨두고 바통을 건네받은 김길리가 폰타나를 따돌리고 선두로 치고 달렸다. 단독 질주하는 '람보르길리'를 막을 수 없었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엔딩 요정' 김길리는 두 팔을 쭉 펼치며 포효했다.
김길리는 이번 대회 한국 쇼트트랙에서 가장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선수다. 대회 전까지 기대감이 컸다. 별명도 슈퍼카의 이름을 딴 '람보르길리'다.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도 대단했다.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해 '크리스털 글로브'를 차지했다. 최정상의 자리를 상징하는 '1번 헬멧'을 쓰고 2024~2025시즌 세계를 누볐다. 한국 쇼트트랙 최고의 기대주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어려움이 찾아왔다. 불의의 충돌이 김길리를 괴롭혔다. 12번째 바퀴에서 선두를 달리던 미국은 코린 스토다드가 갑작스럽게 휘청이며 넘어졌다. 스토다드로서는 몸의 균형을 잃고 선택지 없이 쓰러진 상황 뒤따라오던 코트니 사로는 스토다드를 피했으나, 달려나오던 김길리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방향으로 다가오며 펜스쪽에서 결국 충돌하고 말았다. 한국은 어드밴스를 받지 못하며 탈락했다.
16일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밀라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 동메달 차지한 김길리.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6/
김길리는 혼성계주 탈락 이후 라커룸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부상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가벼운 찰과상이었다. 동료들이 김길리가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도왔다. 김길리는 "내 탓이 아니니까 다음 경기 잘 준비하자고 해줬다"고 했다. 다만 김길리를 향한 고난은 끝이 아니었다. 이번 여자 1000m 준결선 경기에서는 2번째로 달리던 4번째 바퀴에서 뜻밖의 공격을 당했다. 뒤에서 타던 데스메어가 김길리를 대놓고 손으로 밀치며 김길리가 펜스로 쓰러지고 말았다. 김길리는 다시 몸을 일으켜 경기를 완주했다. 다행히 어드밴스를 받아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얼빈의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냈다. 지난해 2월 하얼빈아시안게임에서 시니어 무대 데뷔 후 가장 큰 아쉬움을 삼켰다. 당시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 출전한 김길리는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1위로 달려 결승선을 앞둔 순간 궁리(중국)와 충돌했다. 충돌로 인해 대표팀은 4위로 추락했고, 김길리는 경기 후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불과 1년 후 올림픽 무대에선 마지막 추월을 이끌며 가장 큰 미소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