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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티나(이탈리아)=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독일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이 러시아의 패럴림픽 복귀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상대에서 등을 돌렸다.
지난 10일(한국시각) 러시아 아나스타시야 바기얀과 가이드 세르게이 시냐킨이 여자 스프린트 클래식(시각장애)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 불미스러운 장면도 나왔다. 이 금메달은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가 따낸 4개의 금메달 중 2번째로 러시아 국기가 올라가고 러시아 국가가 연주될 때 '은메달 리스트' 독일의 린 카츠마이어와 가이드 플로리안 바우만이 러시아 선수들을 등지고 돌아섰다.
IPC의 금지 조치 해제 이후, 이번 대회엔 러시아 선수 6명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벨라루스 선수 4명이 출전중이다. 9일 알파인 스키의 바르바라 보론치키나가 러시아의 첫 금메달을 땄을 당시, 시상식은 별다른 항의 없이 진행됐었다.
빌트지는 카츠마이어와 바우만이 시상식 직후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스마트폰으로 메달리스트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는 '빅토리 셀카' 촬영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바우만은 "4년 전 베이징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선수들과 훌륭한 교류를 나누었고, 그들에게 연대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선수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 중 상당수에게도 힘든 상황일 것"이라며 "하지만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이곳에 함께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국기와 국가를 사용하며 선수단 전체가 참석하도록 한 IPC의 결정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피력했다. IPC는 'BBC 스포츠'에 이번 항의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증거를 수집 및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 패럴림픽 위원회는 "이번 행동은 그들의 친구인 우크라이나 선수들에 대한 연대의 표현이었다"라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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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우크라이나 패럴림픽 위원회는 IPC와 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기간 중 자국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조직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장문의 성명을 통해 선수단이 "공개적인 부정적 표현과 심지어 방해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선수촌 내 건물에 걸린 우크라이나 국기를 제거해 눈에 덜 띄는 장소로 옮긴 사건 등이 포함됐다. 또 파라 바이애슬론 챔피언 타라스 라드의 가족이 관중석에서 우크라이나 국기와 스카프를 압수당했으며, IPC 대표가 금메달리스트 올렉산드라 코노노바에게 '전쟁 중단(Stop War)' 문구가 새겨진 국기 모양 귀고리를 빼라고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코노노바는 패럴림픽 참가 선수의 정치적 메시지 게시 금지 규정에 따라 IPC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우크라이나는 성명에서 "IPC와 러시아·벨라루스 패럴림픽 위원회 사이에 이해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파트너십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밀라노-코르티나 2026 조직위원회는 BBC 스포츠에 보낸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제거 사건에 대해 해당 국기가 "공용 공간 외부에 걸려 있어 이후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사용하는 거주 구역으로 재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라드 가족의 스카프 압수 사건에 대해선 "5명의 관객이 텍스트가 포함된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스카프를 착용하고 입장을 시도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보안 요원이 해당 텍스트의 의미를 확인할 수 없었고, 대회 규정상 금지된 정치적 메시지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스카프를 빼고 입장할 것을 요청했다. 해당 물품은 퇴장시 반환됐다"라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우리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존중받고 환영받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모든 규정은 모든 대표단에 평등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선수의 '전쟁 중단' 귀고리 착용 사건과 관련해 IPC의 홍보 책임자인 크레이그 스펜스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지만, 그 공감이 대회 규칙 위반을 허용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않는다"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주 초 한 우크라이나 메달리스트가 시상대로 향하기 전 '전쟁 중단' 메시지가 담긴 귀고리를 착용한 것이 발견되었고, 직원이 정중하게 제거를 요청했다. 선수는 이에 동의하고 귀고리를 뺐다"고 설명했다.
코르티나(이탈리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