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승부조작]정부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발본색원하라

최종수정 2012-02-08 13:15

건강하게 발전해야 할 스포츠판을 어지럽히는 건 불법 도박사이트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국민체육진흥에 순기능을 많이 한다. 하지만 허가받지 않은 불법 도박사이트는 건전해야 할 스포츠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지난해 K-리그에 이어 이번에 프로배구에서 터진 승부조작 파문도 진원지는 불법 도박사이트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국무회의에서 향후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베팅만 해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문체부의 이번 조치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미 불법 도박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져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판에서 도는 돈의 규모는 12조원(추정)에 달할 정도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시장규모를 2조원 정도로 봤을 때 불법 사이트 시장은 최대 6배 정도 더 크다. 지금이라도 문체부 차원을 넘어 검찰과 경찰 등 정부가 합동으로 좀더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야 한다. 이번 배구 승부조작 파문은 대구지검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조사하다 브로커 강모씨를 잡으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좀더 강도높고 철저하게 끝까지 해야 한다.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지만 국내배구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 요소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배구연맹과 관련 선수가 포함된 KEPCO를 비롯한 전 구단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서둘러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구린 곳을 덮어주려고 해선 안 된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았던 승부조작의 실체가 배구판에서도 터졌다. 소문이 소문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제 그 실체를 낱낱이 조사하고 배구팬들에게 잘못된 부분을 공개, 사과해야 한다. 프로배구 선수로서 깨끗한 승부에 찬물을 끼얹은 관련자들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배구판을 떠나야 한다. 검찰이 관련 선수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민형사 처벌을 할 경우, 배구연맹은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터지지 말았어야 할 사고가 일어났다. 이제 필요한 건 이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배구연맹은 정부와 함께 사후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처럼 불법 도박사이트는 선수를 유혹하기 쉽게 돼 있다. 감시를 소홀히 할 경우 다시 검은 손길이 나약한 선수에게 뻗칠 것이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서는 한 팀 전체가 조직적으로 모의하지 않는 한 승부조작이 쉽지 않다. 스포츠토토의 배구 상품은 세트별 승자와 각 세트의 점수차를 맞혀야 하기 때문에 매수된 특정 선수 한두 명이 승부를 조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법도박은 다르다. 특정 선수가 마음만 먹으면 승부 조작에 가담할 수 있다. 베팅 상품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승패를 예측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선수의 서브 에이스 횟수나 공격 형태에 대한 베팅까지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A센터의 속공이 몇 개인지, 후위 공격이 몇 개인지에 대해 돈을 걸 수 있다. 1세트 A팀의 세 번째 공격은 후위공격인지 속공인지 등을 맞히면 된다. 상품은 만들어내면 낼수록 무궁무진하다. 돈을 걸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기 때문에 중독성도 강하다.

이 경우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터나 리베로가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서브 에이스 성공 여부는 리시브를 받는 선수와 직결된다. 리시브를 받을 때 의도적으로 조금만 팔의 각도를 바꾸어도 서브 에이스를 내줄 수 있다. 리베로는 수비 전담이다. 마음 먹은 대로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브로커와의 사전 모의만 된다면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다. 코트의 지휘자인 세터 역시 팀의 공격 전술을 자신의 뜻대로 조율할 수 있다. 마음 먹기에 따라 특정 선수에게 공격을 몰아주면서 승부조작에 가담할 수 있다. 노주환·이 건 기자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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