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 돌풍'은 '김호철의 재발견'

기사입력 2013-02-13 18:12


아산 이순신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배구V리그 러시앤캐시와 현대캐피탈 경기에서 러시앤캐시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을 진정시키고 있다.
아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2.12

2011년 5월 김호철 감독이 현대캐피탈에서 경질됐을 때, 다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김 감독이 더 이상 반전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이미 '일생의 라이벌'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에게 밀렸다는 평가였다. 다른 팀들은 김 감독이 아닌 그보다 젊은 감독들을 선호했다. 김 감독은 휴식을 선언했다. 2011~2012시즌 김 감독은 해설위원으로 외도를 했다. 이제는 더 이상 현장 지도자와는 인연이 없는 듯 했다.

김 감독은 2012~2013시즌을 코앞에 두고 있던 10월 러시앤캐시를 선택했다.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러시앤캐시는 모기업을 찾지못하고 관리구단으로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해이해졌다. 박희상 전 감독과도 마찰이 있었다. 해체위기에 직면한 선수들은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제 아무리 김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구단을 다시 살려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막 이후 8연패를 할때까지 김 감독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역시나 어렵다'였다.

러시앤캐시는 2라운드 말미부터 서서히 반전을 써나갔다. KEPCO를 잡더니 이어 현대캐피탈을 3대2로 잡았다. 러시앤캐시, 3라운드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2일 러시앤캐시는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을 3대1로 잡으면서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러시앤캐시의 반전은 김 감독의 변화 덕분이다. 김 감독은 러시앤캐시에 부임하자마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호통'을 버렸다. 대신 따뜻함을 선택했다. 러시앤캐시 선수들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가진 마음의 상처를 먼저 봤다.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훈련량을 크게 늘렸지만 항상 김 감독이 옆에 있었다. 선수들을 격려했다.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초반 8연패를 했을 때도 "20패를 해도 상관없다"면서 다독였다. 선수들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힘썼다.

선수들이 자존감을 되찾자 이제는 '팀워크 배양'에 나섰다. 자신보다도 팀을 우선 순위로 삼게 했다. 여기서는 버렸던 '호통'을 살짝 가미했다. 4~5라운드 들어 러시앤캐시는 다시 연패에 빠졌다. 경기력에 기복이 심했다. 원인은 '욕심'이었다.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자 팀이 흔들렸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플레이오프 욕심은 접어라. 우리는 생존이 목표다"고 했다. 러시앤캐시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현대캐피탈을 꺾던 날 김 감독은 개인 통산 V-리그 200승 고지를 밟았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에 이어 2번째였다. 이제 김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 더 이상 고개를 가로젓는 이는 없다. 러시앤캐시의 성공으로 다들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김 감독은 그저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200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김 감독에게 200승은 앞으로 계속해야할 지도자 인생에서 살짝 지나가는 지점일 뿐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