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렸다. 삼성화재가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를 거두며 챔프전 전적 3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신치용 감독과 박철우, 고희진, 이강주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천안=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4.03/
세계적인 선수들에게는 자신만의 '루틴(경기에 임할 때 습관적으로 행하는 준비자세)'이 있다. '승부의 신'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59)에게도 루틴이 존재한다. 한 가지는 승리의 상징인 빨간 넥타이를 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경기 두 시간 전 가장 먼저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와 승리의 시나리오를 머릿 속에 그리는 이미지트레이닝 시간으로 삼는다. 신 감독은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도 어김없이 루틴을 유지했다.
올시즌 참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삼성화재=승리 또는 우승'의 방정식이었다. "시즌 내내 승리에 대한 압박감에 짓눌렸다." 예순을 바라보는 신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고민한 이유였다. 하지만 신 감독은 일반인이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극복했다. 포커 페이스 속 승리에 대한 무서운 열정으로 이겨냈다. 삼성화재는 네 시즌 만에 성사된 현대캐피탈과의 챔프전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18, 25-22, 25-22)으로 완승을 거뒀다. 전대미문의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7년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시즌까진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신한은행은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6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프전에서 정상을 밟았다. 챔프전 4경기에서 총 134득점을 폭발시킨 레오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젠 신 감독의 리더십에 이견을 달 이가 없어졌다. 그 동안 "좋은 선수들로 우승했다"는 질투의 시선을 이번 시즌 우승으로 완벽하게 잠재웠다. 더이상 '복(福)장'이 아닌 진정한 '배구의 神'이 됐다.
'밀당'의 신
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과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력이 예전같지 않았다. 두 명의 베테랑을 잃었다. 리베로 여오현은 말을 갈아탔다. 둥지는 라이벌 현대캐피탈이었다. '돌도사' 석진욱은 현역 은퇴했다. 우리카드에서 리베로 이강주를 데려왔고, 높이는 센터 이선규로 보강했다. 그러나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결국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조절하면서 선수단을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동기 부여는 보너스였다. 매 라운드 1위를 할 경우 100만원의 수당을 약속했다. 사실 수뇌부와는 전혀 논의되지 않은 얘기였다. 삼성화재는 올시즌 정규리그 5라운드에서 네 차례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선수들은 모든 라운드에서 보너스를 챙겼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기 살리기 차원에서 전용배 삼성화재 단장에게 2위로 밀려난 3라운드에도 보너스를 요청했다. 전 단장도 흔쾌히 수락했다.
관리의 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2007~2008시즌부터 프로배구 남자부 꼭대기를 사수한 신 감독은 디펜딩챔피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올시즌 더 강조했다. 외국인선수 레오도 예외는 아니었다. 레오가 강도높은 훈련으로 힘들고 지쳐 불만을 토로하기 전 휴식을 부여했다. 특히 지난시즌 디지털 카메라로 레오의 마음을 얻은 신 감독은 올시즌 레오 여자친구의 명품백으로 또 다시 승부욕을 자극시켰다. 또 부진이 계속되던 리베로 이강주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원정 경기 때 최고참 고희진과 방을 같이 쓰게 해 자신감 고취에 힘을 쏟았다.
원칙의 신
신 감독은 원칙주의자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신 감독은 "우승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우승에 대한 정당한 노력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노력은 지켜야 할 원칙이다. 나 자신에게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34년간 지도자 생활 중에서 올시즌 느낀 점이 많았다. 그는 "감독은 선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선수들이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이 감독이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저 마당을 만들어줄 뿐 선수들이 느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그래서 수백번의 훈련을 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젠 우승 감독보다 모범이 되는 감독이 되려한다. 신 감독은 "이젠 부끄럽지 않은 팀이 돼야 한다. 한 팀에서 감독을 오래 해야 하니 우승도 그렇지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다. 앞으로 더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선수들이 우승을 떠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올시즌은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천안=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렸다. 삼성화재가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를 거두며 챔프전 전적 3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신치용 감독과 챔피언결정전 MVP 레오가 우승컵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안=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