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잊은 '서른 넷' 차두리(서울)의 흔적은 컸다.
지난달 26일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의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가 열렸다. 포항과의 90분 혈투는 득점없이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2015년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그라운드를 돌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큼지막한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두리형 가지마 ㅠㅠ', 그리고 "차두리"를 연호했다. 그도 만감이 교차했다. 차두리는 팬들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고 박수로 화답했다.
2014년 K-리그 클래식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K-리그에 둥지를 튼 차두리와 서울의 계약도 끝났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겠다는 결심은 이미 오래전에 굳혔다. 은퇴를 묻는 질문에 "결론은 거의 났다"고 했다. A대표팀에 재합류한 후에는 "태극마크가 선수 생활 연장에 동기부여가 될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은퇴의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세상은 달랐다. 서울 팬들은 차두리와의 이별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만류했다. 차두리는 서울의 핵심 전력이다. 고요하던 팀 분위기도 그가 폭풍질주를 시작하면 활활 타오른다. 흐름을 바꾼 순간이 1~2차례가 아니었다. 기량은 무르익었고, 흐름을 읽는 눈은 더 성숙해졌다. 축구만을 위한 일과는 후배들의 교과서다. 차두리는 최 감독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A대표팀도 다르지 않았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차두리와 면담했다. 슈틸리케 감독과는 지난달 중동 원정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아시안컵까지 대표팀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차두리도 1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아시안컵은 내가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호주아시안컵 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완전히 그라운드를 떠나느냐는 질문에는 여운을 남겼다. "대표팀과 소속팀은 다르다." 여전히 고민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멈출 것 같았던 차두리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서울과의 재계약 협상을 시작했다. 1년 재계약으로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준우승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올해는 FA컵 결승전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두 차례 준우승에 그쳤다. 마침표를 찍기는 이르다.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 국내 무대에서의 우승을 향한 열망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어렵게 데뷔한 K-리그다. 그는 2012년 연말 잠시 은퇴를 했다. 독일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며 학교에 다녔다. 훈련도 하지 않았다. "독일에서 만난 한국 분들이 모두 똑같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꼭 한국에 가서 공을 차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고 하셨다. 한 두 분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그 얘기를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팬들이 있어서 내가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한국서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한다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팬들의 말이 심경에 변화를 주는 가장 큰 계기가 됐다." 그를 다시 초대한 팀이 서울이다.
현재 차두리에 대한 평가는 한 단어로 '전성기'다.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선 베스트11 부분 오른쪽 수비수로 선정됐다. 차두리의 거취가 조만간 결정된다. 재계약이 임박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