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밑에 약졸 없다' V리그 주름잡는 삼성화재 출신 지도자

최종수정 2015-03-17 07:01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오른쪽).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60)은 '배구의 神(신)'으로 불린다. 1995년 11월 삼성화재 창단 사령탑에 오른 이후 무려 19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2005년 프로 태동 이후 8차례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는데 더 위력적인 점은 지난 7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팀이 됐다는 것이다. 아마 시절까지 합하면 총 16차례에 이른다. 프로배구하면 '신치용 또는 삼성화재'로 통하는 이유다.

'명장 밑에 약졸 없다'라고 했던가. 삼성화재 출신 지도자들이 V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즉, 신치용 감독의 울타리 안에서 현역 선수로 활약했거나 감독을 보좌했던 코치들이 세월이 흘러 이제 한 팀의 수장이 돼 명장 반열에 오른 것이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먼저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51)을 꼽을 수 있다. 신치용과 신영철 감독은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다. 신영철 감독은 프로 출범 이전 한국전력 선수로 뛰었고, 신치용 감독은 한국전력 코치였다. 이후 신치용 감독이 삼성화재 창단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신영철 감독도 둥지를 옮겨 플레잉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선수와 코치로 신치용 감독의 지도 철학을 배운 것만 족히 15년이 넘는다.

신영철 감독은 스승이 일군 일명 '관리 배구'를 자신이 지휘했던 팀에 적극 적용시켰다. 선수들과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했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전 조직원이 아닌 고참을 장악했다. 또 "절대 포기하지 않고 훈련량은 절대적으로 많을수록 좋다"는 신치용 감독의 고강도 훈련도 신영철 감독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무엇보다 신치용 감독이 추구하던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카리스마와 지도 노하우가 적립되기 전까진 다소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러나 스승에게 배운 것은 결국 틀리지 않았다. 신영철 감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꼴찌였던 한국전력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신영철 매직'의 근간은 신치용 감독의 지도 철학이었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48)도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삼성화재 출신 지도자다. 서 감독은 이번 시즌 도로공사의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서 감독은 1996년부터 삼성화재 코치로 신치용 감독을 10년 이상 보좌했다. 신치용 감독의 성공 비결 뒤에는 15년의 코치 시절이 있었다. 서 감독도 비슷한 경우다. 2013년 도로공사 지휘봉을 잡기 전 코치만 17년을 맡았다. 서 감독이 돋보이는 면은 베테랑의 활용법이다. 서 감독은 이번 시즌 자유계약(FA)으로 30대 중반의 세터 이효희(35)와 센터 정대영(34)을 영입, 전력 공백을 메웠다. FA 시장에 나오거나 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해 약화된 포지션을 채우는 신치용 감독의 전략을 빼닮았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안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삼성화재 출신 중 막내 지도자는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1)이다. 김 감독은 1995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 12년간 신치용 감독과 무적 삼성화재를 만든 주인공 중 한 명이다. 김 감독에게 신치용 감독의 향기가 풍기는 것은 역시 같은 배구 색깔에서 드러난다. 레오에게 공격을 60% 이상 전담시키고, 국내 선수들에게는 강력한 수비를 주문하는 신치용 감독의 배구를 올 시즌 비슷하게 보여줬다. OK저축은행은 삼성화재만큼의 비대칭 전력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세계 톱클래스 공격력을 갖춘 시몬에게 공격을 좀 더 주문하고, 국내 선수들이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을 갖췄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구단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능력이었다. 최 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얻어 신치용 감독이 강조하는 팀의 가치와 철학,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김 감독이 OK저축은행을 두 시즌 만에 강팀으로 올려놓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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