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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과 영웅은 종이 한장 차이라고 했던가.
의기소침해진 곽명우를 깨운 것은 김세진 감독과의 술자리였다. 곽명우는 "감독님이 '술 한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자리에 갔더니 '욕심 버리고 팀에 기대라. 그렇게 해야 네가 했던 토스가 나온다. 누가 뭐라고 하든 부담 갖지 말고 스스로 받아들여라'고 하셨다.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그때부터 '그래 결과로 보여주자'고 다짐하게 됐다"고 했다. OK저축은행이 우승후보로 거론되지 않는 것에 대해 오기도 생겼다. 곽명우는 "내가 경험이 없어서 힘들거라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신경쓰지 않았다. 감독님이 '우리는 누구하나 빠진다고 흔들리는 팀이 아니다.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진짜로 지난해 우승할때 분위기가 나왔다"고 했다.
삼성화재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곽명우가 날았다. 김 감독도 "최고의 수훈갑은 곽명우"라고 했다. 곽명우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 분석도 많이 했지만 정작 실전은 다르지 않나. 삼성화재랑 하는데 연습때처럼 잘됐다. 그때 완전히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곽명우의 토스가 살아나며 OK저축은행 특유의 신바람 나는 배구가 돌아왔다. 현대캐피탈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았다. 곽명우는 "1차전을 앞두고 감독님이 따로 불렀다. '충분히 네 몫을 했다. 이제 져도 모라고 할 사람 없다. 너만의 배구를 보여줘라'고 하셨다.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곽명우는 흔들리지 않고 볼을 배급했고 OK저축은행은 우승을 차지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