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에서 영웅으로' 곽명우 "감독님과 술한잔이 날 깨웠다"

기사입력 2016-03-27 19:09


사진캡처=OK저축은행 홈페이지

역적과 영웅은 종이 한장 차이라고 했던가.

OK저축은행의 2연패를 이끈 세터 곽명우(25)가 그랬다. 부진의 원흉으로 지목받던 곽명우는 챔피언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절치부심한 곽명우의 토스를 앞세운 OK저축은행은 정규리그 1위이자 18연승의 상승세를 타던 현대캐피탈을 꺾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2연패를 달성했다. 곽명우는 "작년에도 우승을 했지만 직접 뛰어서 그런지 올해가 더 뜻깊다. 마음고생을 날린 우승이라 정말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백업세터였던 곽명우는 1월 이민규의 부상으로 주전으로 올라섰다. OK저축은행은 이때부터 추락을 시작했다. 곽명우는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보였다. 시즌 내내 선두를 지키던 OK저축은행은 주전세터의 공백 속에 2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는 "너무 잘하려한 게 문제였다. 연습때는 좋았는데 욕심을 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혼자 생각하고, 연패가 이어지니까 생각이 많아지고. 문제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의기소침해진 곽명우를 깨운 것은 김세진 감독과의 술자리였다. 곽명우는 "감독님이 '술 한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자리에 갔더니 '욕심 버리고 팀에 기대라. 그렇게 해야 네가 했던 토스가 나온다. 누가 뭐라고 하든 부담 갖지 말고 스스로 받아들여라'고 하셨다.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그때부터 '그래 결과로 보여주자'고 다짐하게 됐다"고 했다. OK저축은행이 우승후보로 거론되지 않는 것에 대해 오기도 생겼다. 곽명우는 "내가 경험이 없어서 힘들거라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신경쓰지 않았다. 감독님이 '우리는 누구하나 빠진다고 흔들리는 팀이 아니다.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진짜로 지난해 우승할때 분위기가 나왔다"고 했다.

삼성화재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곽명우가 날았다. 김 감독도 "최고의 수훈갑은 곽명우"라고 했다. 곽명우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 분석도 많이 했지만 정작 실전은 다르지 않나. 삼성화재랑 하는데 연습때처럼 잘됐다. 그때 완전히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곽명우의 토스가 살아나며 OK저축은행 특유의 신바람 나는 배구가 돌아왔다. 현대캐피탈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았다. 곽명우는 "1차전을 앞두고 감독님이 따로 불렀다. '충분히 네 몫을 했다. 이제 져도 모라고 할 사람 없다. 너만의 배구를 보여줘라'고 하셨다.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곽명우는 흔들리지 않고 볼을 배급했고 OK저축은행은 우승을 차지했다.

곽명우는 이번 포스트시즌을 '한편의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우승을 확정짓고 김 감독과 함께 포옹한 순간이 '배구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부상에서 돌아올 이민규와의 주전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민규와 빨리 함께 훈련하고 싶다. 경쟁을 통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설령 백업이 되더라도 팀이 이기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준비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곽명우의 배구는 지금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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