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맷 달튼 "한국 아이스하키를 변화시킨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기사입력 2016-04-03 20:42



아이스하키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골리다.

'전력의 70%를 차지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체코가 NHL 출신 선수들로 무장한 캐나다, 러시아를 꺾고 1998년 나가노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던데에는 당대 최고의 골리였던 도미니크 하섹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골리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간 국제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 아이스하키의 아킬레스건은 수비였다. 그 중에서도 골문을 안정감 있게 지켜줄 골리의 부재로 고전해왔다.

'푸른 눈의 한국인' 맷 달튼(30·안양 한라)은 이같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고질적 약점을 해소해줄 해결사다. 캐나다 출신의 달튼은 세계 최고의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능력은 인정받았다. NHL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KHL(러시아 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대한체육회의 우수 인재 특별 귀화 추천을 받은 달튼은 지난달 31일 팀 동료 에릭 리건(28)과 함께 법무부 국적심사위원회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다. 아이스하키의 6번째 귀화선수가 됐다. 특별 초청선수로 대표팀에 합류한 적은 있지만 이제 정식 한국선수로 첫발을 뗐다.

그래서인지 2일 러시아 사할린 크리스탈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안양 한라와 사할린과의 2015~2016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플레이오프 파이널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달튼의 표정은 더욱 비장해졌다. 달튼은 "사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색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한국에 관한 모든 것들이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애국가도 익숙해지고, 팀 동료들도 점점 더 가족같이 느껴진다"고 웃었다. 그는 흔쾌히 한국 귀화를 받아들였다. 도전 때문이었다. 달튼은 "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인생은 짧다. 더 많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고, 마침 한국에서 기회를 줬다"고 했다. 가족들과 아내도 모두 달튼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달튼은 "캐나다에서 한국 뉴스는 대부분 북한과 관련된 얘기다. 주변 사람들이 전쟁에 대한 걱정을 해줘서 나도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1년을 지내고 한국이 얼마나 안전한지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다. 한국이 서구화된 곳이라 지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웃었다. 같은 귀화선수들의 존재는 큰 힘이다. 브락 라던스키, 마이크 테스트위드, 마이클 스위프트 등과 형제같이 지낸다. 달튼은 "한명이 부진하면 다른 선수들이 힘을 실어주고, 힘들때마다 서로 위로가 돼준다"고 했다.

달튼의 합류 후 한국 아이스하키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안양 한라는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달튼이 오기 전인 2013~2014시즌 경기당 2.62골을 내주었던 한라는 지난 시즌 2.31실점에 이어 올 시즌 1.79실점을 기록했다. 이른바 '달튼 효과'다. 대표팀도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달튼은 슈팅 방어 후 다음 동작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선방률은 높지만 다음 동작이 나쁜 한국선수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훈련도 열심이다. 그는 "좋은 골리가 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운을 얻기 위해서는 항상 열심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달튼은 자신의 가세로 높아진 기대심리가 불안할 법도 하지만 베테랑 답게 여유있게 넘기고 있다. 그는 "압박감이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해준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귀화 선수가 많은 것에 대해서도 물었다. 달튼은 "외국 선수들이 오면 한국 선수들이 그들의 장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분명 한국 아이스하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이 된 그에게 꿈을 물었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대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더 큰 그림을 그렸다. "언젠가 한국을 떠날 수도 있지만 나로 인해 한국 아이스하키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지금 한국에서 아이스하키가 인기가 없지만 지금 열심히 하면 어린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다. 플로리다에서 아이스하키를 한다고 하면 놀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플로리다를 연고로 한 템파베이가 스탠리컵에서 준우승을 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참을성 있게 하다보면 분명 변화는 온다."


사할린(러시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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