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가 막을 내린 천안유관순체육관.
홈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1대3으로 역전패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패배가 익숙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실 지난 1년 동안 현대캐피탈에 '패배'는 낯선 단어였다. 스피드배구를 앞세운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후반기 18연승을 달리며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시즌은 바뀌었지만 현대캐피탈의 기세는 계속됐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3연승을 질주했다. 무려 21연승. 현대캐피탈은 역대통산 최다연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V리그에 새 역사를 썼다.
큰 걱정 없어보이는 상황. 하지만 정작 팀 내에는 왠지 묘한 기운이 흐른다. 연승행진을 바라보는 최태웅 감독의 표정이 썩 밝지 않다. 오히려 한숨이 깊어졌다. 그는 "올 시즌 우리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며 "아무래도 연승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이 부담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21번 연속으로 이긴 것은 매우 장한 일이다. 대견하다. 그러나 이제 연승은 끝났다. 이미 지난 일"이라며 "부담은 훌훌 털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현대캐피탈.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선수들 몸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주장 문성민과 주전 세터 노재욱이 컨디션 난조 속에 허덕이고 있다. 연승 마감에 대한 허탈함도 이겨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최 감독이 꺼내든 말은 다름 아닌 "즐거운 배구"다. 지난 시즌 부임 직후부터 선수들에게 늘 외쳤던 주문. 그는 밝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솔선수범했다. 최 감독은 우울해하는 선수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 줬다. 바로 단체 영화 관람이다. 최 감독의 배려 속에 선수들은 단체로 영화 관람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다시 시작하는 현대캐피탈은 4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 맞대결을 펼친다. 연승행진 마감은 물론, 트레이드 후 치르는 첫 번째 맞대결이기도 하다. 두 팀은 지난달 28일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대캐피탈은 센터 진성태를 내주고 레프트 허수봉을 품에 안았다.
최 감독은 "1라운드 빅매치가 아닌가 싶다. 대한항공은 우승후보다. 베테랑 선수도 많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다시 활기차고 즐겁게 배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트 위에서 다시 밝은 표정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