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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과 형들 덕분입니다."
현대캐피탈의 세터 노재욱(24)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노재욱은 2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 나서 팀의 세트스코어 3대0(25-20, 25-23, 25-21) 승리를 이끌었다.
노재욱의 진두지휘 아래 현대캐피탈은 다채로운 공격으로 삼성화재를 공략했다. 노재욱의 손을 떠난 공은 공격수의 스윙에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노재욱은 이날 3번의 디그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고비 마다 몸을 날리는 수비로 실점을 막아냈다.
당당히 V리그 최강 현대캐피탈의 주전으로 도약한 노재욱. 그러나 그가 V리그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노재욱은 광주전자공고와 성균관대를 거쳐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전신)에 입단했다.
하지만 꽃을 피우기 전 변화가 찾아왔다. 2015년 4월 노재욱은 정영호와 묶여 현대캐피탈 권영민과 2대1 트레이드 됐다. 처음 몸 담은 소속팀에서 연착륙 하기도 전에 팀을 옮겨야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노재욱은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시작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당시 노재욱을 두고 "어린 선수들 중에 보기 드물게 당당하고 배짱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갑작스레 입었던 현대캐피탈의 유니폼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노재욱은 "현대캐피탈에 오고 많은 것이 변했다"며 "토스하는 공의 구질과 자세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다"고 했다.
최 감독의 조련 아래 눈을 뜬 노재욱은 주전 세터로 팀의 리그 18연승에 힘을 보태며 2015~2016시즌 V리그 정규리그 우승에 일조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챔피언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에 최고 자리를 내줬다. 노재욱은 "많이 허무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상당히 힘들었다"며 "이번엔 그런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에서 맞는 두 번째 시즌, 노재욱은 한 뼘 더 성장해있었다. 어느 정도 노련함까지 갖췄다. 하지만 노재욱은 "분명 지난 시즌 보단 나아지긴 했겠지만 크지는 않다"며 "다 감독님과 형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어 "무엇보다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이 맞아가고 있다. 형들도 나를 믿고 나도 형들을 믿는다"며 "현대캐피탈 특유의 분위기 속에 하나로 뭉쳐 플레이하는 게 가장 큰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V리그에 뛰어난 플레이를 하는 세터들이 정말 많다. 나는 그 정돈 아니"라며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일신우일신, 성장 중인 세터 노재욱. 그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