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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를 만한 시점에 찬물을 부은 격이랄까. '리그 킬' 쯤 돼겠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배구인기. 하지만 현장의 모습은 한심하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프로 답지 않은 주먹구구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왜 강민웅은 미등록 유니폼을 입었을까. 한국전력 선수들은 손수 유니폼을 챙긴다. 강민웅이 실수로 원정이 아닌 홈 유니폼을 담았다. 뒤늦게 확인한 뒤 부랴부랴 선수단 숙소 인근 마트 주인에게 부탁을 해 유니폼을 공수했지만, 색깔만 같은 뿐 등록되지 않은 유니폼에 팀원들의 유니폼과 디자인도 달랐다. 주무가 장비 및 유니폼을 챙기는 구단들이 있으나 한국전력은 선수가 직접 챙긴다. 기본적인 부분도 체크하지 못하고 넘어간 게 1차적인 문제였다. 명색이 프로인데 유니폼을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른 강민웅의 과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한국전력은 미등록 유니폼이라는 것을 인지, 경기 전 박 경기감독관에게 강민웅 출전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박 경기감독관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V리그 대회 요강 48조에 '팀원들과 다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리베로 제외)는 팀원들과 같은 유니폼을 착용하기 전까지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명백한 규정 미숙지였다.
뒤늦은 조치 역시 자의적이었다. 미등록 또는 팀원과 다른 유니폼 착용 선수는 원천적으로 출전 불가 처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코트에 올랐다. 이 경우에는 유니폼 착용 위반 규정에 근거, 감독 또는 선수에게 벌금이 부과된다. 해당 선수 퇴장과 점수 삭감에 대한 처벌 규정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런데 왜 규정에도 없는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일까.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경기감독관이 관련 규정이 아닌 유사사례를 적용해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유니폼의 문제가 아닌 부정선수로 판단해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니폼은 '통일성'을 전제로 한다. 다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은 아마추어 사회인 스포츠에서 조차 상식으로 통한다. 강민웅 출전을 허용한 것이 1차적 문제, 뒤늦게 말을 바꿔 내린 징계 조차 근거 없는 조치였다는 게 2차적 문제다.
겨울 넘버원 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는 V리그, 팬들에게 진정한 '프로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선 이러한 주먹구구 식 아마추어적 행태는 속히 근절돼야 된다. 해프닝으로 웃어 넘기기에는 프로란 단어의 의미가 너무 무겁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