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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를 만한 시점에 찬물을 부은 격이랄까. '리그 킬' 쯤 돼겠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배구인기. 하지만 현장의 모습은 한심하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프로 답지 않은 주먹구구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왜 강민웅은 미등록 유니폼을 입었을까. 한국전력 선수들은 손수 유니폼을 챙긴다. 강민웅이 실수로 원정이 아닌 홈 유니폼을 담았다. 뒤늦게 확인한 뒤 부랴부랴 선수단 숙소 인근 마트 주인에게 부탁을 해 유니폼을 공수했지만, 색깔만 같은 뿐 등록되지 않은 유니폼에 팀원들의 유니폼과 디자인도 달랐다. 주무가 장비 및 유니폼을 챙기는 구단들이 있으나 한국전력은 선수가 직접 챙긴다. 기본적인 부분도 체크하지 못하고 넘어간 게 1차적인 문제였다. 명색이 프로인데 유니폼을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른 강민웅의 과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뒤늦은 조치 역시 자의적이었다. 미등록 또는 팀원과 다른 유니폼 착용 선수는 원천적으로 출전 불가 처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코트에 올랐다. 이 경우에는 유니폼 착용 위반 규정에 근거, 감독 또는 선수에게 벌금이 부과된다. 해당 선수 퇴장과 점수 삭감에 대한 처벌 규정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런데 왜 규정에도 없는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일까.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경기감독관이 관련 규정이 아닌 유사사례를 적용해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유니폼의 문제가 아닌 부정선수로 판단해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니폼은 '통일성'을 전제로 한다. 다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은 아마추어 사회인 스포츠에서 조차 상식으로 통한다. 강민웅 출전을 허용한 것이 1차적 문제, 뒤늦게 말을 바꿔 내린 징계 조차 근거 없는 조치였다는 게 2차적 문제다.
겨울 넘버원 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는 V리그, 팬들에게 진정한 '프로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선 이러한 주먹구구 식 아마추어적 행태는 속히 근절돼야 된다. 해프닝으로 웃어 넘기기에는 프로란 단어의 의미가 너무 무겁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