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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 '네탓 공방', 결국 협회 자생력이 답이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7-25 21:43


사진제공=국제배구연맹

결국 답은 하나다. 대한배구협회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배구 여자대표팀은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17 월드그랑프리 2그룹 대륙간 라운드 마지막 날 경기에서 폴란드를 세트스코어 3대0(25-23, 25-20, 25-22)으로 완파했다. 8승1패 승점 25점을 기록한 홍성진호는 2그룹 선두로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했다.

당시 수원엔 5000명의 구름 관중이 모여 여자대표팀을 향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파이널 라운드가 치러질 체코로 향하는 홍성진호의 비행기 좌석이 문제였다. 예산 문제로 선수단 12명의 절반인 6명만 비즈니스석에 탑승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초 여자대표팀은 9월20~24일 펼쳐지는 세계선수권 아시아예선에 출전하기 위해 태국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모든 선수에게 비즈니스석을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랑프리 파이널에 오르면서 계획이 바뀌었다. 홍 감독의 요청으로 태국행 대신 체코행 비행기 좌석을 비즈니스로 바꿨다. 좌석의 가격차가 컸다. 비즈니스석을 6명에게만 제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25일 IBK기업은행이 협회에 비즈니스석 구입 목적으로 3000만원을 전달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임시 방편이다. 벌써 '네탓 공방'도 펼쳐졌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1억원을 지원해줬다. 하지만 남녀선수단 전원에게 비즈니스를 끊어주기엔 부족한 액수"라고 했다. 이어 "V리그 구단들에 그랑프리 A보드 구입 및 타이틀 스폰서 유치 공문을 발송했으나 한 팀도 나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올 때까지 모두 손을 놓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OVO 관계자는 "매년 초 연맹이 협회에 2억원 이상을 지원한다. 5월에 추가적인 협조 요청이 왔고 이사회 의결 결과 비즈니스석 구매 목적으로 1억원을 추가 지원했다"며 "여자대표팀이 태국행 비행기는 전원 비즈니스를 끊었지만, 일정 변화로 비행편을 바꾸면서 이런 일이 생겼다. 협회 차원에서 해결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오한남 신임배구협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리베라호텔에서 진행된 취임식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안남수 대한배구협회 기획이사(왼쪽)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한남 신임 배구협회장(왼쪽에서 두 번째)도 경청하고 있는 모습.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동시에 25일 오한남 신임 협회장 취임식 관련 문제가 떠올랐다.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진행할 예산을 아껴 선수단 비즈니스석 비용으로 자체 해결할 수 있지 않았냐는 것. 협회 관계자는 "회장님이 취임식을 위해 바레인 출국 일정을 23일에서 30일로 옮겼다. 그 기간에 대관할 수 있는 호텔 중 리베라호텔이 가장 저렴했다. 행사 관련 전 비용을 합쳐 2000만원대"라며 "라마다호텔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고 올림픽파크텔은 리베라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비쌌다. 협회에서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협회의 예산 문제. 결국 협회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국내 배구 환경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협회가 과거 사옥 매입 등 과도한 지출로 가용 예산이 부족하다"며 "협회 조직 특성상 수익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회 유치, 조직 내부 개편, 운영 및 행정 효율화 등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짚었다.

오 회장은 취임식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우리 협회도 비즈니스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그간 협회는 대회만 알고 사업을 몰랐다"며 "그래서 안남수 전 현대캐피탈 단장을 협회 기획이사로 모셨다. 향후 계획을 구체화해서 장기적 자생 플랜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함께 자리한 안남수 기획이사는 "비영리법인이지만 자생력 갖춘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파크배구, 길거리 배구, 3대3 배구 등 수익 콘텐츠에 정부 정책과도 발을 맞춰 자금 지원도 받으면서 가면 5~6년 내로 자생력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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