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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인생' 이강원, KB손보의 주연으로 거듭났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9-17 18:28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이강원(27·KB손해보험)은 철저히 '조연'이었다.

이강원은 2012~2013시즌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KB손해보험의 전신인 LIG손해보험에 입단했다. 1m98-90kg의 당당한 체격, 경희대 출신의 당돌한 라이트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했던 배구다. 어렸을 땐 비교적 작은 체구였지만 특출난 운동신경과 근성으로 이겨냈다. '될 성 부른 떡잎' 이강원은 많은 기대 속에 무럭무럭 성장했다.

야심차게 밟은 프로 무대, 이강원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그리고 차디 찼다.

아포짓 스트라이커(라이트)로 10년 동안 뛰어온 이강원은 외국인선수에 밀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주전을 꿰차기 위해선 당시 외국인선수였던 오레올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줘야 했다. 그게 아니면 리시브 능력을 장착, 레프트 전환 가능성을 보여줘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요한이 있었다.

밝고 활발한 성격의 이강원,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모든 것을 내려놨다. 리시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 때부터 이강원의 '조연 인생'은 시작됐다.

라이트, 레프트, 센터 등 다양한 포지션을 돌았다. 어느 위치든 구멍이 나면 '땜질'을 했다. 온전히 주전으로 뛰어본 시즌은 없다. '까메오'에 그쳤던 순간들도 많다.

시간이 흘러 2015~2016시즌. 이강원은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그래 봐야 32경기 82세트에 나서 125득점을 올렸을 뿐이다. 빛나는 '주연급'들과 비교하면 초라했지만, 이강원은 몰라보게 컸다. 때릴 줄만 알던 '반쪽짜리' 공격수에서 리시브와 블로킹 타이밍도 잡을 줄 아는 만능 재주꾼이 됐다.


2016~2017시즌에도 이강원은 조연이었다. 우드리스, 김요한이 있었고, 보조공격수 경쟁에서도 황두연 다음 순위였다. 이강원은 욕심내지 않았다. 주어진 역할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내일'을 꿈꿨다.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김요한의 부상 공백을 충실히 메우며 입지를 키운 그는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승선,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9경기 전경기에 나서 125득점을 기록하며 2그룹 득점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비처마다 한 방씩 때려 넣으며 22년만에 월드리그 5승 달성과 2그룹 잔류를 견인했다.

꾸준히 성장한 이강원은 KB손해보험의 '주연'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1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2017년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조별리그 B조 경기에서 이강원은 홀로 20득점을 올리며 팀의 3대0(25-22, 27-25, 26-24) 완승을 이끌었다. 김요한(OK저축은행)의 공백은 없었다. 이제 KB손해보험의 '주연'은 이강원이다.

한편 여자부 경기에선 KGC인삼공사가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대1(25-22, 23-25, 25-16, 30-28)로 제압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7년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17일)

▶남자부

KB손해보험(1승1패) 3-0 현대캐피탈(2패)

▶여자부

KGC인삼공사(1승1패) 3-1 흥국생명(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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