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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6일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 위비는 인천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2019∼2020 V리그 출정식을 가졌다. 우리카드 정원재 사장은 그 자리에서 "작년 여기서 포스트시즌을 염원한 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올해 다시 이곳에서 출정식을 하는데 이번엔 우승을 위해 뛰자"고 했다. 정 사장은 구단기에 '우승을 위하여'라는 글이 적힌 작은 기를 붙였고, 신영철 감독이 구단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예상외 결과인 것은 분명했다. 우리카드는 시즌 전 뚜렷한 전력보강이 없었다. 주포인 아가메즈가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며 펠리페를 데려왔지만 아가메즈만큼의 파괴력이 없었기에 전력이 향상됐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갈수록 강해졌다. 10연승을 달리며 1위를 질주하던 대한항공을 추월하면서 1위로 치고 나갔고 6라운드까지도 5연승을 달리며 정규리그 1위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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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들의 공백도 신 감독은 철저한 계산으로 백업 선수들을 미리 준비시켰다. 이 덕분에 우리카드는 시즌 내내 전력의 공백을 느낄 수 없었다. 외국인 선수 펠리페가 부상으로 빠졌을 땐 나경복을 라이트로 돌리고, 한성정 허경민 등으로 레프트를 구성해 공격력을 떨어뜨리지 않았고, 주전 리베로 이상욱이 빠졌을 땐 고졸루키 장지원으로 막아냈다. 시즌 막판엔 노재욱이 허리 부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승우 카드로 반전을 이뤄냈다.
신 감독은 선수들과의 소통으로 성장을 이뤄냈다. 비디오미팅 때는 선수들이 서로의 생각을 말하면서 아이디어를 짜낸다. 선수들끼리도 소통했다. 경기내내 코트에서 서로 얘기를 하니 더욱 집중력이 높아진다.
이번 시즌 우리카드가 보여준 가장 큰 변화는 범실이었다. 5라운드까지 팀별 범실 수를 보면 우리카드는 총 610개로 7개팀 중 최소 범실을 기록했다. 세트당 범실은 5.3개. 2위인 대한항공은 793개의 범실로 세트당 7개의 범실을 기록했고, 현대캐피탈은 780개의 범실을 기록해 세트당 6.7개였다. 즉 세트당 범실로 인한 실점이 다른 팀에 비해 1점이나 적었다.
세트 후반 접전에서 범실로 패한 경우가 많았던 우리카드는 범실이 줄어들면서 접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이것이 상승세의 발판이 됐다.
프런트는 현장의 요구를 군말없이 지원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가 대표적인 예. 신영철 감독은 아가메즈를 대신해 데려왔던 랭글로이스가 훈련 때 기대만큼의 실력이 나오지 않자 교체를 요청했다. 시즌 전이라 교체하는 것이 모험이기도 했지만 신 감독은 우승을 위해선 시즌 중에 교체하는 것보다 빨리 교체해 초반부터 손발을 맞추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냈다. 구단은 이를 받아들여 펠리페로 교체할 수 있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들간의 믿음이 있었기에 모두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 이것이 팀을 완성시켰다.
최근 2년간 우리카드는 모두가 합심해 바라던 목표를 이뤄냈다. 다음시즌 목표는 너무 나도 뚜렷하다. 우승. 그리고 이젠 누구도 그 목표를 무시할수 없다. 만년 하위권에서 강자가 되기엔 2년이면 충분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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