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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비하인드]한국전력 공격적 투자, '충격 FA 이적' 박철우 "옵션 공개도 OK"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20-04-19 12:26


박철우. 사진제공KOVO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충격'적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듯하다.

영원한 '삼성화재 맨'으로 남을 것 같았던 박철우(35)가 10년 만에 이적을 택했다. 새 둥지는 한국전력이다.

사실 박철우는 품고 싶어도 품을 수 없는 거물이었다. 연봉 4억4000만원인데다 현실적으로 나이가 서른 후반을 바라보는 베테랑이었다. 체력관리에 눈을 떠 오히려 젊은 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FA 선수의 연봉 인상과 보상선수, 보상금까지 생각하면 박철우를 영입하는 팀은 출혈이 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박철우는 지난 10일 FA 시장이 열린 뒤에도 아무런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타팀에서도 삼성화재에서 10년을 뛴 박철우가 당연히 잔류를 택할 것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박철우는 19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적은 '1'도 생각하지 못했다. (삼성화재로부터) 어떤 계약조건이 오면 계약해야만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한국전력이 박철우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장별철 감독을 비롯해 박철우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프런트가 출동했다. 결국 한국전력의 공격적 투자가 박철우의 마음을 흔들었다. V리그 톱 수준의 계약이었다. 2000~3000만원 차이가 아니었다. 박철우는 "정말 (한국전력에서) 적극적으로 영입의사를 밝혀주셨다. 장인어른께서도 '선수로서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에서 생활해라. 어디서 운동하는 건 중요치 않다'고 말씀해주셨다. 선수로서만 생각해주신 조언이었다"고 밝혔다.

박철우의 마음을 확인한 한국전력은 24시간 안에 일사천리로 영입을 진행했다. 지난 17일 한전 사장 결제를 받기 전까지도 장 감독과 코칭스태프, 프런트는 계속 연락을 취하며 박철우의 결심이 돌아서지 않게 노력했다. 그러나 한국전력행 사인을 한 박철우의 심경은 복잡했다. "10년간 몸담은 삼성화재였다. 그렇다보니 사인하기 직전까지 너무 고민되더라. 아내도 많이 울더라. (계약한 팀이 있어) 좋기도 하지만 서운한 면도 있었던 것 같더라. 나도 아쉽기도 하다. 아직까지 이 일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한국전력은 박철우의 계약서에 명시된 옵션을 공개할 전망이다. 박철우도 동의한 부분이다. 사실 V리그 남자부에선 FA 선수 연봉은 공개하지만 옵션은 공개하지 않는다. 단, 3년 뒤에는 옵션까지 공개하기로 돼 있다. 이에 대해 박철우는 "한전의 파격적인 조건 속 옵션 공개는 상관없다고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선수들이 나이가 먹을수록 팀에선 마이너스 조건을 다는데 한국전력에선 나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감춘다고 해도 감춰지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내가 해내야 할 몫이다. 또 나의 계약으로 인해 시장도 커진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한편으로는 이적할 수밖에 없는 명분이 되기도 했다. 삼성화재에서도 분명 신경써주셨을 것이다. 다만 한국전력과 차이가 많이 났다. 프로선수로만 봤을 때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장인어른이자 진천선수촌장인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의 조언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겼다. 박철우는 "장인어른께서 '네가 3년 계약을 했지만 스스로 기량이 떨어졌다고 판단했을 때 부끄럽지 않게 은퇴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100% 공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젠 나만이 아닌 전체적인 배구를 생각하게 되더라. 지도자에 대해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단 장인어른께서 "'선수 때 100%를 해야 지도자의 인생도 100% 열린다. 지금 있는 곳에서 100%를 다하라'라고 말씀해주셨다. 지도자는 한국전력에서 FA 기간 최선을 다한 뒤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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