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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IBK기업은행이 올시즌 2번째 역스윕(패패승승승, 2세트 선취 후 패배)을 당했다.
도로공사는 올시즌 가장 많은 11번의 풀세트 경기를 치른 팀이다. 하지만 유독 기업은행 상대로만 강했다. 나머지 4개팀과의 풀세트 경기에선 1승6패에 그쳤다.
여자배구는 랠리가 많고, 흐름에 크게 좌우되다보니 풀세트 경기가 적지 않다. 6개 팀중 그 횟수가 가장 적은 흥국생명과 인삼공사도 각각 7번을 치렀다.
공격 효율 순위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올시즌 효율 1위는 김연경이다. 2위 메레타 러츠의 GS칼텍스, 3위 안나 라자레바의 기업은행은 각각 4승5패에 그쳤다.
하지만 기업은행만큼은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는 패턴이 대체로 동일하다. 바로 라자레바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다. 라자레바가 버텨내면 이기고, 못 버티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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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도로공사 전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의 3위 결정전이었던 이날, 양 팀은 상반된 전략을 들고 나왔다. 김우재 기업은행 감독은 초반부터 라자레바에게 공격을 집중시켜 빠르게 끝내는 쪽을 택했다. 반면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공격 부담을 분산시키며 길게 보는 전략을 펼쳤다.
라자레바의 창은 이날도 날카로웠다. 라자레바는 1~2세트에만 무려 25점을 따냈다. 전위에서의 오픈 공격(17번)보다 후위공격(19번)이 더 많은, 말 그대로 '몰아주기'였다.
덕분에 2세트를 선취했지만, 라자레바의 컨디션에 이상이 생겼다. 라자레바는 3세트 도중 연신 허리를 만지며 통증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기업은행으로선 지난 24일 흥국생명 전 이후 이틀만의 경기였다. 하지만 라자레바는 3~4세트 모두 풀로 출전했다. 4세트 도중에는 코트에 나뒹굴자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라자레바가 힘을 잃자 순식간에 세트의 승기도 넘어갔다. 도로공사는 16-16에서 내리 6점을 따내며 사실상 5세트행을 확정지었다. 라자레바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하지만 교체는 없었다.
결국 탈이 났다. 5세트 5-6으로 밀리던 상황에서 라자레바는 동점을 만드는 공격을 성공시킨 뒤 고통을 호소했고, 그제서야 벤치로 물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라자레바가 빠진 기업은행은 11-7, 13-1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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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켈시는 후위보다는 무난한 오픈 공격에 집중했다. 총 67개의 공격 중 후위공격은 18개에 불과했다. 도로공사 세터 이고은은 경기 내내 켈시 외에도 배유나 박정아 전새얀 정대영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했다. 그 결과 켈시는 마지막까지 코트에서 환호하며 팀 승리를 이끌 수 있었다.
라자레바가 코트에서 눈물을 흘린 건 올시즌 두번째다. 앞서 현대건설 전 패배 직후 라자레바는 상대 선수 루소의 위로를 받으며 눈물을 쏟는 모습이 포착됐다. 라자레바가 총 98번의 스파이크로 41점을 따낸 날이었다.
해외 매체들은 올시즌 종료 후 라자레바의 터키 페네르바체 이적 가능성을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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