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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수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러츠와의 감정이 더 끈끈해졌죠. 우리 팀의 우승에 제가 도움된 것 같아 기뻐요."
이지언씨는 전문통역사가 아니라 영어교육자 지망생이다.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뒤 테솔(TESOL, 영어교육 전문가 과정)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시즌이 끝난 뒤론 밀린 학업을 소화하느라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이씨와 배구의 첫 만남은 대학 시절 배구 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다. 고질적인 어깨 부상이 있어 스파이크는 때리지 못한다. 하지만 센터백(9인제 배구에서 리베로 역할)으로 동호회 배구를 즐기고 있다. 왼손을 연습해볼 생각도 했을 만큼 마음만은 누구보다 뜨거운 진짜 배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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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은 외국인 선수의 매니저 겸 친구죠. 한국말 못하는 친구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일했어요. 9살 많은 듀크는 친한 언니, 동갑인 러츠는 둘도 없는 절친이었죠. 둘다 지금도 매주 한번씩 통화해요."
통역은 팀의 일원이라기보단 외국인 선수 개인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GS칼텍스와 이씨의 관계는 남다르다. 트레블을 이끈 주장 이소영(KGC인삼공사 이적)과 동갑, 나이 많은 선수는 한수지(32)와 김유리(30) 뿐인 팀의 일원으로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자신과 함께 팀에 들어온 한수진 같은 선수가 성장하는 걸 보면 한결 뿌듯했다고. 구단 유튜브에도 수시로 출연해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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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도 그렇고 스태프 선생님들도 그렇고, 제가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잘 맞기도 하고. 한수지 언니 열정이 대단했어요. 강소휘 한다혜 문명화 유서연 박혜민도 열심이었고. 공부를 안해봐서 그렇지, 머리도 좋고 열정이 대단해서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영어수업은 러츠를 중심으로 한 팀 케미에 큰 도움이 됐다. 러츠의 첫 시즌에는 이씨가 없으면 선수들이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영어 연습도 할 겸,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때문에 러츠도 한층 소속감과 애정이 커졌다.
"러츠가 우리말로 '괜찮아! 할 수 있어!' 외치면 느낌이 다르잖아요? 러츠도 동료들이 경기 중에 '유 캔 두잇, 위 캔 두잇'만 외쳐줘도 더 타오르는 거죠. 직접 소통할 때의 그 분위기, 표정,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통역이 안 되거든요. 앞으로도 선수들이 영어 공부를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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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또 불러주시면? 당연히 가야죠. '우리 팀'이잖아요!"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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