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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4강을 믿었을까 싶다."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13위. 터키는 4위였다. 상대전적에서도 2승7패, 열세였다. 지난 6월 치른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세트스코어 1대3으로 졌다.
예상대로 되는 듯 했다. 한국은 1세트에 상대의 높이를 공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무너지는 듯했다.
기세를 올린 터키가 리드를 잡았다. 김연경이 후배들, 아니 동생들을 향해 외쳤다. "침착하게 하나만!" 마법같았다. 추격-동점-역전. 한국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대역전극, '우생순'의 기적을 만들었다. 신들린 듯한 김연경과 동생들의 플레이. 적장 지오바니 귀데티 터키 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김연경을 바라봤다.
이제는 4강전이다. 김연경은 "진짜 그 누가 우리의 4강을 생각했을까 싶을 정도다. '원 팀'이 돼 4강에 가게 돼 기쁘다.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좋은 배구 보여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터키와 매치업이 결정됐을 때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VNL에서 한 번 해봤던 팀이다. 감독님께서 전술도 잘 짚어주셨다"고 했다.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던 김연경. 2012년 런던에 이어 다시 한 번 메달을 정조준한다. 김연경은 "런던 때는 4강의 의미를 잘 몰랐다. 이번에 더 크게 오는 것 같다. 그때도 열심히 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자신있게 준비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어제 잠을 잘 못잤다. 잡생각이 많이 들었다. 눈 뜨니 아침이었다. 10분? 1시간? 잔 것 같다"며 웃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토너먼트. 마지막이 될 것 같은 김연경의 올림픽, 동생들도 간절하다. 염혜선은 "이제 안 울거다. 마지막에 웃을 것"이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박정아 역시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언니들과 정말 오래 같이 있었다. 외출과 외박도 없이 3개월을 함께 보냈다. 연경 언니의 마지막 올림픽이다. 잘 해보자는 분위기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 앞으로도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박은진도 "4강에 올라간 만큼 메달 욕심이 난다.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연경은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다. 한점이 중요하다. 간절함이 들어가야 한다. 잘 준비하겠다.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팀을 이끄는 라바리니 감독도 "매일 꿈을 꾸는 것 같다. 매일이 더 기쁘고, 행복하다. 누구도 깨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본인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들의 손에 모든 것이 다 주어져 있다. 가능성을 열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해피엔딩'을 꿈꾸는 '갓'연경과 태극낭자들. 그들 '우생순' 신화의 막이 올랐다.
도쿄(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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