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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헤드셋 벗어!” 흥국생명 선배들에게 혼쭐 난 18세 거포 신인 [인천스케치]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1-12-02 11:18


흠뻑 젖은 막내 정윤주를 꼼꼼하게 닦아준 김채연. [인천=정재근 기자]

18세 신인 정윤주의 겁 없는 점프에 흥국생명 선배들도 신바람 났다.

흥국생명 레프트 정윤주가 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AI 페퍼스(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승리 수훈선수에 뽑혔다.

경기 후 정윤주가 방송 카메라 앞에 서서 인터뷰를 시작하자 흥국생명 선배들 모두가 정윤주를 둘러쌌다. 손에 생수병을 하나씩 든 언니들은 인터뷰가 끝나기가 무섭게 "빨리빨리(헤드셋 벗어)"를 외치며 정윤주를 재촉했다.


물통을 든 선배들이 정윤주를 향해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다. 헤드셋 고장나면 안되니까.
선배들의 물세례를 예상한 정윤주. 행여나 방송 장비가 고장날까봐 부랴부랴 헤드셋을 벗는 모습이 전광석화 같았다. 한 치의 틈도 없이 선배들의 물세례가 속공 스피드로 진행됐고, 정윤주는 흠뻑 젖었다.

마음 착한 선배들은 애프터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물을 흠뻑 뒤집어쓴 정윤주를 커다란 타올로 꼼꼼하게 닦아주는 모습에서 막내 사랑하는 진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정확한 물 속공에 흠뻑 젖은 정윤주
18세 신인의 데뷔 첫 수훈선수 인터뷰. 선배들도 모두 그 순간을 함께 하며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안겨줬다. 거포 신인의 탄생과 팀의 6연패 탈출을 지켜본 홈 팬들도 모처럼 흐뭇한 마음을 안고 경기장을 나설 수 있었다.

정윤주는 이날 경기에서 20득점을 기록했다. 캣벨(32득점)과 함께 쌍두마차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범실도 2개에 불과했다.


2세트까지 14득점으로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끈 정윤주는 3세트 2득점으로 부진했지만 4세트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특히 13-6으로 앞선 상황에서 이한비의 공격을 연거푸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승기를 잡는 장면은 홈팬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한비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는 정윤주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3대1(26-24, 25-18, 23-25, 25-14)로 승리, 6연패를 탈출하고 시즌 3승째를 기록했다. 박미희 감독은 정윤주에 이날 활약에 대해 "예체능은 타고나야 한다. 점프력은 타고났고, 볼 다루는 능력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 리듬감이 좋아 리시브도 계속 훈련하면 제1 레프트로 성장할 수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8세 신인 레프트를 선발로 기용한 박미희 감독의 과감한 결단도 더불어 빛났다.

스포츠는 스포츠 그 자체로 관심을 끌어야 한다. 새내기 정윤주의 활약이 그래서 더 반가웠다. 배구팬, 동료 선수들의 마음도 똑같았다.

선배들의 애정 듬뿍 담긴 물세례에 혼쭐(?)난 정윤주가 무럭무럭 잘 자랐으면 좋겠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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