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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시종일관 얼굴에 미소가 맴돌았다. '호랑이' 아닌 '스윗 호철'로 변모했다. 하지만 말에는 뼈가 있었다.
1955년생. 일흔이 머지 않았다. 차상현 김종민 최태웅 석진욱 등 배구계 대세를 이루는 70년대생 감독들에겐 아버지뻘 나이다.
빛나는 과거의 영광마저 흔들릴 수 있는 선택. 그가 '만신창이' 기업은행 부임을 수락한 이유는 뭘까. 그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솔직히 당황했다"면서도 "빨리 수습해야 나쁜 기사가 덜 나오지 않을까. 배구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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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시간에 실수한 선수가 정신이 번쩍 들만큼 격한 질책을 쏟아내는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하다. '호통호철', '벼락호철', '버럭호철' 등의 별명에서 그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데뷔전에선 달라진 모습이었다. 선수들과 큰 동작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는가 하면, 아쉬운 경기 내용에도 최대한 웃음을 잃지 않고 격려했다. 상대가 하위권을 다투는 흥국생명이긴 했지만, 기업은행도 라이트로 복귀한 김희진을 중심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그런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지워진 순간이 있었다. 기업은행은 3세트 듀스 혈전 끝에 가까스로 26-25, 세트 포인트에 올라섰다. 하지만 김하경의 세트와 김수지의 이동공격, 표승주의 퀵오픈 움직임이 한꺼번에 어긋나면서 공격조차 해보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했다.
순간 카메라는 어이없어하는 김 감독을 비췄다. 금방이라도 예전의 호랑이가 강림할 듯한 울컥한 분노가 두 눈에 서렸다. 결국 기업은행은 3세트마저 역전패하며 김 감독의 6년만의 V리그 복귀전, 여자배구 데뷔전을 셧아웃 패배로 마무리지었다.
기업은행이 달라질 수 있을까. 명장 김호철의 '마법'이 필요하다.
화성=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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