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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냉정하게 프랜차이즈는 아니잖아."
세월이 야속했다. 황연주는 V리그 원년인 200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순위)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입단해 여자부 최초 신인상을 받았고, 여자부 1호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 공격 3득점 이상) 기록을 가지고 있는 빅 스타 출신.
2010년 FA 자격을 얻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로 옮긴 그는 지난 시즌까지 역대 서브 득점 1위(461득점), 득점 3위(5847득점)에 오르는 등 V리그 여자 배구 역사 곳곳에 발자취를 남겨온 '리빙 레전드'였다. 그러나 2024~2025 시즌 9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현대건설에서 기회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새로운 시즌 전력 구상에서도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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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고민하던 황연주에게 남편의 한마디가 길잡이가 됐다. 황연주의 남편은 KBL에서 '공격형 가드'로 활약한 박경상(35). 황연주보다 먼저 은퇴한 만큼, 아내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황연주는 "처음에 현대건설에서 나오게 됐을 때 '이제 배구를 못하는구나,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이 '올해 배구를 하려고 준비하지 않았냐. 선택지가 있는데 왜 은퇴를 하려는지 모르겠다. 배구를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올해 배구를 하려고 몸을 만들었고, 필요로 하는 팀이 있는데 갈까 말까 고민하지 마라'는 말을 해줬다"고 이야기했다.
황연주는 이어 "생각해보니 맞더라. 새로운 시즌 배구를 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고, 또 나를 필요로 하는 팀도 있었다. '할 수 있으면 하는거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남편도 '잠깐 힘들 수 있지만, 또 괜찮아진다. 불러주는 팀이 있고, 필요로 하면 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고, 나 역시 연장 의지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남편의 현실적인 한 마디는 황연주에게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황연주는 "남편이 '현대건설에 오래 있어서 색깔은 강할 수 있지만, 프랜차이즈는 아니지 않나. 신인 때 뽑혀서 간 것도 아닌데 왜 은퇴를 현대건설에서만 해야한다고 생각하냐. 너 정도 되는 선수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은퇴하는 건 아닌 거 같다'는 말을 해줬다. 농구는 워낙 팀을 옮기는 일이 많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해준 거 같다. 그 말에 현역 연장 의지가 더 강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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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는 "어차피 똑같이 배구를 하는 곳이다. 나를 보내는 팀도, 받는 팀도 모두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도로공사는 어쩌면 황연주에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팀. 황연주는 "이제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가 중요하다. 일단 1년간 최선 다하려고 한다"며 "새롭게 뭔가를 더 한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했던 걸 바탕으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 어린 선수처럼 실력이 느는 나이도 아니다. 드라마틱하게 뭔가를 해주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밀어주는 선수가 되려고 한다. 끌어주는 건 주장과 (강)소휘가 하지 않을까 싶다"며 싱긋 미소 지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