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짧은가요?" 감독방으로 출근 도장, MVP의 화려한 부활 알렸다

기사입력 2025-12-07 11:51


"30분이…짧은가요?" 감독방으로 출근 도장, MVP의 화려한 부활 알렸…
득점 성공 후 이준협 칭찬하는 허수봉.

[천안=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많이 안 좋을 때는 30분 정도 있었는데, 짧은가요?"

현대캐피탈 주장 허수봉은 올 시즌 마음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힘들었다. 시즌 직전 대표팀에 다녀오면서 부상도 있었고, 훈련량 자체가 부족해 사실상 시즌을 치르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그런 허수봉을 올 시즌 유독 자주 감독방으로 불렀다. 허수봉이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알았기에 사령탑으로서 믿음을 심어주고 싶었다. 또 왜 지금 안 좋은지 영상을 같이 분석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런 대화가 길면 30분 정도 이어졌다.

취재진이 "30분이면 그래도 짧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자 허수봉은 "짧은가요?"라고 되물으며 웃었다.

허수봉은 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 3라운드 첫 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블로킹 2개, 서브 2개 포함 20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69.57%에 이르렀다. 지난 시즌 MVP의 완벽한 부활이었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과 레오가 40득점을 합작하며 맹공격을 퍼부은 덕분에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승하고 2위로 한 계단 오를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은 "레오와 허수봉의 공격 성공률이 높았고, 둘이 합쳐서 거의 2세트에 해당하는 득점을 했다. 현대캐피탈의 경기를 올해 다 보진 못했으나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경기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블랑 감독은 허수봉과 감독방 면담의 성과를 묻자 "경기력이 올라왔으니 피드백을 잘 적용한 것이라 믿고 싶다. 지도자는 선수가 부침이 있을 때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당연한 역할이다. 허수봉이 잘 따라와 줬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30분이…짧은가요?" 감독방으로 출근 도장, MVP의 화려한 부활 알렸…
2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배구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허수봉과 대화를 나누는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0.29/

"30분이…짧은가요?" 감독방으로 출근 도장, MVP의 화려한 부활 알렸…
29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상대 블로킹을 피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의정부=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1.29/

허수봉은 "경기에서 이기면 감독님이 방으로 잘 안 부르신다"며 웃은 뒤 "감독님께서 많은 믿음을 주셨다. 연습할 때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감독님께서 올라올 거니까 천천히 한 단계씩 올라가자고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몸 상태는 이제 다 올라왔다고 봐도 된다. 리시브가 흔들릴 때 세터와 호흡만 조금 더 완벽하게 보완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감독방으로 초대는 계속돼도 괜찮다고 했다.

허수봉은 "조금 더 발전하라는 의미로 부르신다고 생각한다. 멘탈, 기술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 주신다. '이럴 때는 다른 방법이 있다' 이런 식으로 말씀해 주신다. 안 좋을 때는 30분까지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감독님 방에 자주 가고 싶진 않지만(웃음), 간다고 무조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나온다"고 했다.

코트 위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허수봉은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현대캐피탈이 다시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허수봉은 "대표팀에서 마지막에 부상도 있었고, 팀 복귀하고 운동을 많이 참여하지 못했다. 또 (황승빈의 부상으로) 세터가 바뀌면서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점점 안 되면서 자신 있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난 경기부터는 못하더라도 팀 분위기라도 올리자고 한 게 잘되고 있는 것 같다. 목표는 우승이니까.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까 (최)민호 형이랑 이야기하다가 밝게 하지 않으면 뭐라 하기도 했다. 민호 형이 안 웃으면 내가 웃으라고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선수들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며 지금 흐름이 끝까지 이어지길 기대했다.


"30분이…짧은가요?" 감독방으로 출근 도장, MVP의 화려한 부활 알렸…
2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배구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득점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는 현대캐피탈 허수봉, 레오.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0.29/

천안=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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