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은퇴해도 아무도 못 깨" 한국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역대 최초 대기록, 평생 유지 다짐했다

기사입력 2025-12-21 06:00


"나 은퇴해도 아무도 못 깨" 한국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역대 최초 대…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서브를 준비하고 있는 핸대캐피탈 레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2.16/

[천안=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은퇴해도 아무도 기록을 깨지 못할 정도로 득점을 올리고 은퇴하는 게 목표다."

현대캐피탈 외국인 에이스 레오가 7000득점 고지를 밟으며 V리그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작성했다. 2012~2013시즌 삼성화재와 계약하고 처음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고 13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레오는 20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3라운드 경기에서 19득점, 공격성공률 62.96%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세트스코어 3대0(25-19, 25-21, 25-23) 완승을 거두고 2위를 사수했다.

레오는 경기 전까지 개인 통산 6989득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날 19점을 추가해 통산 7008득점을 달성했다. V리그 역사상 7000득점을 달성한 선수는 없었다. 레오는 246경기 만에 이룬 업적이라 더 눈에 띈다.

역대 2위 박철우(은퇴)와도 격차를 꽤 벌렸다. 국가대표 아포짓이었던 박철우는 통산 564경기에서 6623득점을 달성했다. 국내 선수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기록. 3위 전광인(OK저축은행)이 4955득점으로 3위다.

레오가 처음 한국 무대에 도전한 2012~2013년 시즌에는 20대 초반 어린 선수였다. 프로 경험은 없지만, 신체 능력과 파워가 엄청났다. 삼성화재의 공격을 사실상 홀로 책임졌을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했다. 2014~2015시즌까지 3시즌 동안 삼성화재와 동행하며 V리그에서 정점을 찍은 뒤 해외리그에 도전했고, 2021~2022시즌부터 다시 V리그에서 활약을 이어 가고 있다. 2023~2024시즌까지 OK금융그룹(현 OK저축은행)에서 3시즌을 보냈고, 2024~2025시즌부터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V리그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레오는 역대 최초 업적을 남긴 뒤 "경기할 때마다 몇 득점을 했는지 신경을 쓰진 않지만, 7000득점은 아무도 하지 못한 기록이란 것은 알았다. 음에 박철우 전 선수의 기록을 깨기 전까지는 내가 몇 득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은퇴해도 아무도 기록을 깨지 못할 정도로 득점을 더 올리고 은퇴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레오와 2시즌째 함께하며 "레오는 이기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하고, 국내 선수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커리어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잘 뛰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현대캐피탈 세터 황승빈은 "코트에 같이 있으면 공을 어떻게 줘야 할지 고민하지 않게 해주는 존재다. 개인적으로는 경기를 운영하다가 '지금 레오로 마무리해야겠다' 아니면 '지금쯤 레오를 통해서 점수를 벌려야겠다' 이런 마음을 먹었을 때 항상 화답해 주는 든든한 존재"라며 엄지를 들었다.


"나 은퇴해도 아무도 못 깨" 한국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역대 최초 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정규리그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대결을 펼쳤다.
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 경기가 열렸다. 삼성화재 레오가 득점을 올리 후 환호하고 있다.
천안=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3.09/

"나 은퇴해도 아무도 못 깨" 한국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역대 최초 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렸다. 삼성화재가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를 거두며 챔프전 전적 3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신치용 감독과 챔피언결정전 MVP 레오가 우승컵에 키스를 하고 있다.
천안=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4.03/
한국에 오지 않았더라면, 또 삼성화재에서 프로로서 마음가짐을 배우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레오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레오는 "세계에 정말 많은 선수가 있지만, 나는 선택받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먼저 재능이 중요한 것 같고, 몸의 내구성과 정신력까지 3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한국에서 배구를 프로로 처음 시작해서 그런 점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오래 쭉 할 수 있었다. 삼성화재에서는 가장 중요한 강한 정신력을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V리그 역사의 한 획을 그으리라고 당연히 상상도 못했다. 8시즌이나 뛰고 있을 줄도 몰랐을 것이다.

레오는 "그때는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안 했다. 불러주니 감사한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 외국인으로서 정말 성공하기 힘든 리그라고 생각했다. 강한 정신력과 마음가짐을 갖고 배구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곳"이라고 했다.

대기록은 대기록이고, 현대캐피탈은 1위 대한항공을 부지런히 쫓아가야 한다. 현대캐피탈은 이제야 지난해 챔피언의 호흡이 코트에서 나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오는 "대한항공이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준비를 많이 해서 결과가 잘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항공을 신경 쓰면 우리 팀이 무너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대로 리듬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어차피 결승에서는 우리와 대항항공이 붙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 리듬을 찾아가다 보면 현대캐피탈은 고점이 높은 팀이기에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2년 연속 우승을 자신했다.


"나 은퇴해도 아무도 못 깨" 한국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역대 최초 대…
2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배구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득점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는 현대캐피탈 허수봉, 레오.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0.29/

천안=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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