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프랑스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현재 K-리그 클래식 전남 드래곤즈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하석주 감독이다. 하 감독은 멕시코와의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에 사상 첫 선제골의 기쁨을 안겼으나, 불과 몇 분 뒤 백태클로 퇴장 당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순간이었다.
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인천 유나이티드 간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5차전에서도 비운의 주인공이 나왔다. 인천 미드필더 손대호다. 전반 28분 문상윤의 크로스를 멋진 헤딩골로 연결하면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러나 불과 2분 뒤 페널티에어리어 내로 돌파해 들어오던 황진성을 밀어 넘어뜨리면서 페널티킥을 내줬다. 직접 키커로 나선 황진성이 득점을 성공 시키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그대로 종료됐다. 손대호 입장에선 땅을 칠 만한 2분이었다.
손대호는 김봉길 인천 감독이 포항전을 위해 준비한 회심의 카드였다. 구본상과 김남일이 경고누적으로 동반 결장하면서 중원에 구멍이 뚫렸다. 이를 메움과 동시에 포항의 패스 축구를 차단하고자 꺼내든 카드가 손대호였다. 2002년 프로 무대를 밟은 프로 11년차 베테랑 만큼 역할 수행에 제격인 선수도 없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잔뜩 경계심을 드러냈다. 2005년 전남 드래곤즈 코치 시절 사제로 연을 맺었던 기억을 끄집어 냈다. "패스 줄을 끊기 위해 김 감독이 터프한 손대호를 선택한 것 같다. 아무래도 힘겨운 경기가 될 것 같다."
손대호는 이날 경기에서 강력한 압박으로 포항의 패스 플레이를 1차 저지했다. 뿐만 아니라 전방의 디오고, 남준재에게 역습 찬스를 열어주면서 반격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만점짜리 경기력이었다. 득점도 의미가 깊었다. 성남에서 뛰었던 2008년 3월 19일 대구FC전 이후 1845일, 5년 18일 만에 기록한 득점이자, 2008년 4월 30일 상무전 도움 뒤 4년 11개월 만의 공격포인트다.한때 국내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목받던 기억을 뒤로 하고 2009년 인천 이적 후 군입대와 복귀로 이어지는 굴곡의 세월을 보낸 손대호에겐 충분히 감격스러울 만한 기록이었다. 득점 후의 포효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욕이 화를 불렀다. 불과 2분 만에 영웅에서 역적이 됐다. 손대호에겐 포항전이 한동안 지우기 힘든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이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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