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계가 바쁘다. 올 상반기 상장을 준비하며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SM엔터테인먼트의 실적 쇼크로 전체 엔터주가 휘청였던 일은 이제 완벽히 과거가 됐다. 당시 '역시 엔터주는 믿을게 못된다'고 앞다퉈 매도 대열에 합류했던 투자자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상장을 준비하는 엔터계의 행보 또한 더욱 구체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데, 2013년 그 새로운 흐름과 의미를 살펴본다.
증권가가 주묵하는 그들, 누구인가
요즘 판타지오가 증권가에선 화제다. 한화투자증권과 기업공개(IPO) 주관 계약을 체결, 올해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판타지오는 배우 하정우 주진모 조윤희 정유미 정경호 정겨운 김성수 김서형 등 30명에 가까운 연예인이 소속돼 있다.
이외에 2008년 설립돼 현재 포미닛, 비스트, 지나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 또한 증권가에서 지속적으로 상장이 언급이 되고 있다. 큐브는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한화SV스팩1호와 지난해초 양해각서(MOU)를 맺었으나 최근 상장이 무산 됐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빅3'를 제외하고, 가요계를 대표하는 우량회사로 인정받아온 만큼 곧 코스닥에 입성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충무로에선 영화 투자배급사인 뉴(NEW)가 증권가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뉴는 지난해 영화 '부러진 화살' '피에타' 등 화제작을 줄줄이 투자 배급한 데 이어 최근 '7번방의 선물'과 '신세계'까지 연이어 흥행 홈런을 날리고 있다.
자본급 20억원으로 시작된 뉴는 일찍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좌표를 짠 바 있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화려했던 만큼 상장 이슈가 상반기 중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결과에 따라 뉴는 충무로의 메이저로 급부상하며 CJ E&M의 아성을 위협하는 절대 강자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얼굴마담은 이제 그만! 먹튀도 사절!
판타지오는 매니지먼트 업체의 첫 증시 직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상장된 배우 매니지먼트업체인 키이스트 , IHQ는 모두 우회 상장했다.
엔터산업이 증권가와 인연을 맺은 이래로, 그동안 우회상장이 주를 이뤄왔다. 여러가지 상장 요건을 갖추는 과정에서 우회상장이 엔터계에선 상대적으로 편한 길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부작용 또한 컸다. 소위 '얼굴마담'으로서 스타들을 원했던 일부 회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뒤 '먹튀'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물론 스타들 또한 이미지 실추로 피해를 입고, 법정 다툼까지 겪기도 했다. 또 여러 회사들이 뭉치다보니 수익 분배 등에 있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부작용을 충분히 학습한 엔터계는 이제 우회상장 대신 직상장이란 카드를 뽑아들고 있다. 이는 또한 그간 엔터산업의 취약점으로 지적되어온 수익구조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해소해왔기에 가능해진 일이기도 하다. 제조업처럼 동일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순 없더라도, 다양한 투자 개발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는데 성공했다.
회사에 지속적인 매출을 가능하게 해줄 미래의 자원인 연습생을 교육시키고 관리하는 제도가 대표적인 예. 판타지오 또한 다양한 오디션 제도를 자체 운영하고 있으며, 매니지먼트 사관학교까지 만들면서 업계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주목받는 엔터산업
불과 1년 전만 해도 엔터주 관련 리포트는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특정 종목에 대한 전망을 물어보면,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우리가 관심을 갖기엔 규모가 너무 작다"라는 대답을 하곤 했다. 그러나 지난 한해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그 파괴력을 구체적으로 증명한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엔터산업은 급팽창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젠 당당히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 엔터주 전체의 폭락을 이겨내면서, 말 그대로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엔터주의 급등과 폭락을 겪은 투자자들에게도 이제 관련주들은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가치를 가진 종목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엔터 대장주인 SM엔터테인먼트가 일찍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으며, YG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성까지 입증해내는 등 끊임없이 화제몰이를 해온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2013년을 시작으로 직상장 형태로 증권가에 진출하는 엔터 관련 회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까지 한국의 엔터 산업 관련 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엔터주가 실적에 있어 투명성을 확보한 만큼 당당히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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