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씩은 못 쉬지."
세간에 회자되는 얘기로 "있는 X이 더하다"라는 말이 있다.
넉넉하게 가진 게 많으면서도 하나 더 갖기 위해서 또는 덜 쓰기 위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맬때 등장하는 말이다.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풍족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는 좋은 뜻도 있다.
있는 자들이 왜 성공하게 됐는지에 대한 답을 여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판에도 여기에 딱 어울리는 이가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다.
삼성은 지난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일군 프로야구 강팀이다. 객관적인 전력이 여전히 강해 올시즌에도 우승후보로 꼽히는 '있는 자'다.
하지만 류 감독은 강팀이라고 해서 조금의 여유를 용인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선수단이 느슨해질까봐 채찍을 더 휘두르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의 팀 관리 철학은 '4일 휴식' 운영방식에서 엿볼 수 있었다. 올시즌 9개 구단 체제로 인해 비상한 변수로 등장한 '4일 휴식'은 9개 구단 감독 모두가 고민하는 대목이다.
9개팀이 한 번씩 맞대결을 벌인 1라운드가 끝나자 '4일 휴식'을 놓고 언제 쉬어야 할지, 어떻게 쉬어야 할지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물밑에서 분주하다.
류 감독은 작년까지만 해도 1주일 한 번(월요일)만 쉬다가 휴식일이 4일로 크게 늘어나는 경우를 맞는다고 해서 고삐를 늦춰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주중경기로 대구구장에서 만난 넥센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 주말을 포함해 4일을 쉴 때 하루 건너 훈련하고 쉬었다. 총 이틀을 휴식한 것이다.
넥센 뿐만 아니라 앞서 4일 휴식을 가졌던 LG도 사실상 이틀을 쉬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몇일을 쉬게 해줘야 좋을지는 생각의 차이다. 선수들이 생각하지 못했을 때 하루 더 쉬게 해주면 나중에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지휘할 때 수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류 감독은 "4일 휴식이라고 해서 이틀씩이나 쉬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빡빡한 경기일정을 치르느라 지치게 마련인 선수 입장에서는 쉬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싫을 리 없다는 사실을 류 감독도 잘안다.
그러가 류 감독은 경기감각 유지 등의 측면에서 더 쉬게 하는 것이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또다른 숨은 의도도 있다. 강팀이라고 해서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올시즌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통합우승 3연패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을 1분이라도 더 하면 더 했지, 여유 따위를 생각할 수 없는 노릇이다.
류 감독은 지난달 초 4일 휴식 때 그랬듯이 다음주 2번째 휴식 때에도 월요일 하루만 쉬고 사흘 내내 주-야간 훈련을 강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선수들에 대한 신뢰도 깔려 있다. 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하루 더 쉬라고 해봐야 자기들이 알아서 훈련장에 나오는 습관이 정착돼 있다. 어차피 훈련할 거 제대로 프로그램에 맞춰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했다. 이는 삼성이 강한 숨은 비결이기도 하다.
흔히 경마경기에서 기수가 죽어라 달리고 있는 말한테 자꾸 채찍을 휘두르는데도 말이 저항하지 않고 더욱 내달리는 것은 기수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수' 류 감독의 강경 드라이브에는 그를 믿는 '준마' 삼성 선수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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