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아이러니다.
KIA 선동열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이들 두 감독은 프로야구의 레전드였다. 선 감독은 최고의 투수로 류 감독은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한데 이들 감독에게 생긴 커다란 고민이 공교롭게도 투수와 유격수 때문이다.
선 감독은 붕괴된 마운드 때문에 가슴을 치고 있다. 마무리 용병 앤서니를 퇴출시키고 대체자원으로 두에인 빌로우를 영입하는 곡절을 겪었다.
외국인 투수 복만 없는 게 아니다. 국내 선발과 불펜진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일 현재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4.78까지 떨어졌다. 최하위 한화 다음으로 8위에 불과하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전혀 위협적이지가 못하다. 공교롭게도 2008∼2011년 2∼4위를 차지하던 팀 평균자책점 순위가 선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6위(3.90)로 떨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부상의 불운은 신이라도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다.
에이스 윤석민은 어깨 부상 탓에 시즌 출발조차 늦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다가 어깨 부상을 달고왔다. 재활훈련에 매달린 채 시즌 개막을 맞았다가 5월이 돼서야 1군에 합류했다. 6월까지 에이스 역할을 한 양현종도 부상을 얻어 7월 한달 간 고스란히 빠졌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운 때문에 최고의 투수 출신이 투수 때문에 고민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류 감독도 자신의 과거 포지션 때문에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 감독과는 다소 딴판이다.
현역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김상수가 지난달 28일 대구 넥센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오른손 약지를 삐끗하는 바람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전에도 손목이 신통치 않아 조마조마하게 만들더니 불의의 부상을 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김상수의 빈자리를 대신한 정병곤이 잘 메워주고 있다.
한때 류 감독은 김상수의 부상이 장기화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이승엽이 아프면 채태인으로 메우면 되고, 배영섭이 빠지면 정형식으로 때우면 된다. 하지만 김상수의 경우는 다르다. 김상수같은 선수를 만족스럽게 대신 해 줄 선수는 아직 없는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김상수 없이 경기를 치르고 보니 백업자원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다. "김상수와 함께 부상으로 빠진 조동찬이 올라오면 1군에서 누구를 빼야 하냐"며 행복한 농담까지 던질 정도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김상수는 수비는 물론 주루 플레이, 타격까지 모두 갖췄기 때문에 그런 선수가 빠지면 잠깐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화되면 곤란하다"며 불안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중이 제머리 못깎는' 경우라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선 감독의 지원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는 한대화 KIA 2군 감독이다. 한 감독은 지난해까지 한화에 부임하는 동안 3루수 고민을 안고 살았다.
레전드 올스타 3루수였던 그는 당시 한화의 전력 구성상 믿고 쓸 수 있는 3루수가 없어 울상을 짓기 일쑤였다. 특히 2011년 한국으로 복귀한 이범호를 구단에서 붙잡는데 실패한 바람에 땅을 쳐야 했다. 결국 한 감독은 3루수 고민을 풀지 못한 채 한화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3명의 감독은 한때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은 전설들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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