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제주 감독이 생각하는 '명문팀으로 가는 조건'이 있다. 그는 얼마나 많은 대표 선수를 배출하느냐, 얼마나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느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마나 많은 유럽 진출 선수를 만들어 내느냐를 꼽았다. 박 감독의 조건에 따르면 제주는 명가를 위한 한가지를 충족시켰다. 제주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류승우(레버쿠젠)까지 분데스리가 삼총사를 만들어냈다. 박 감독은 계속된 유럽파 배출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다. 박 감독은 "유럽파는 단순히 선수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성적만 생각한다면 주축을 보내기 쉽지 않다. 구단의 비전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과제로 공격수의 유럽진출을 꼽았다. 박 감독은 "미드필더(구자철)와 수비수(홍정호)는 유럽에 보내봤다. 이제 공격수까지 보내면 공격, 허리, 수비를 다 유럽에 진출시킨 셈이 된다"고 했다. 박 감독의 공격수 유럽행 프로젝트를 위한 퍼즐이 바로 김 현이다. 김 현은 9일 이상협과 트레이드를 통해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박 감독은 서동현의 군입대와 임대생 이진호의 원소속팀(대구) 복귀로 생긴 최전방의 공백을 메울 공격수로 김 현을 지목했다.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서동현 이진호와 달리 김 현은 미완의 대기다. 전북에서 '제2의 이동국'으로, 20세 이하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며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K-리그에서는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다음시즌 부활을 노리는 제주 입장에서는 확실한 골잡이가 절실하지만, 박 감독은 김 현의 재능을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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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 감독과 김 현의 인연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감독이 전주대에서 강의를 할때 대학교 운동장으로 온 김 현의 연습장면을 여러차례 지켜봤다. 김 현의 재능은 박 감독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박 감독은 "그때도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장신이지만 유연했고, 발기술이 좋았다. '언젠가 한번 지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공격수를 찾던 박 감독은 김 현이 떠올랐다. 전북과 곧바로 협상을 펼쳤고, 이상협을 주는 조건으로 협상이 완료됐다. 현재 제1회 아시아축구연맹 U-22 챔피언십 대표로 발탁된 김 현은 대회가 끝나는데로 바로 제주에 합류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김 현을 활용한 공격전술을 고민 중이다. 김 현은 1m89의 큰 신장에도 발기술과 센스가 좋아, 패싱게임을 펼치는 제주의 스타일에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김 현은 장점이 많은 선수다. 최고의 공격수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김 현을 잘 키워서 유럽에 진출시켜보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