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빙속에서 독주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황제'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는 웃지 못했다.
크라머는 19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12분49초02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4년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26)이 세운 올림픽 기록(12분58초55)을 뛰어 넘는 역주였지만 금메달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또 다른 올림픽 기록 앞에 세계 정상의 자리를 내줬다.
1만m 금메달의 주인은 동료 요리트 베르그스마(네덜란드)였다. 12분44초45를 기록하며 크라머를 무너뜨렸다. 새로운 올림픽 기록이었다.
이상하게도 크라머는 올림픽에서 1만m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크라머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올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2010~2011시즌 제외)에 출전할 때마다 정상에 오른 장거리 황제다.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000m와 1만m를 8차례나 석권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만 1만m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첫 출전 대회였던 2006년 토리노대회에서 5000m 은메달을 차지했고 2010년 밴쿠버올림픽과 소치에서 2연패를 했다. 반면 토리노에서 열린 1만m에서 7위에 그치더니 밴쿠버에서는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며 실격을 당했다. 12분54초50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레이스 도중 코치의 사인 미스로 인코스를 중복해서 탔다.
소치에서도 금메달 0순위였다. 5000m에서도 올림픽기록(6분10초76)을 작성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1500m 출전까지 포기하며 1만m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깜짝 스타의 탄생에 금메달을 내줬다. 요리트 베르그스마였다. 크라머는 경기를 마친 뒤 "은메달에 만족하는 것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훈련하고 레이스를 치르는 이유가 은메달을 따내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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