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안 불안하십니까?"
스프링캠프 초반, 넥센 염경엽 감독은 주장 이택근과 미팅을 갖다 이런 얘길 들었다. 지난해보다 줄어든 훈련시간, 선수가 먼저 감독에게 불안하지 않냐고 물을 정도였다. 창단 첫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던 지난 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 줄 알았던 선수들은 염 감독의 결정에 의아해 했다.
하지만 염 감독의 생각은 반대였다. 오히려 단체훈련 시간을 조금 줄여줬다. 염 감독은 걱정하는 주장에게 "12월에 너희들이 훈련하는 걸 봤다. 전혀 불안하지 않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고 말해줬다.
선수들이 스스로 12월을 잘 보냈기에 나온 자신감이었다. 염 감독은 12월은 비활동기간이지만, 선수들이 각자 시즌을 준비하며 몸을 만드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스프링캠프가 '시즌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보통 캠프가 몸을 만드는 시기라고 여기는 것과는 다르다.
염 감독은 "미국에서 보낸 35일 가량의 시간이 한 시즌을 준비해 모두 만들어놔야 하는 시기였다. 그때부터 시즌 시작이다. 10% 몸상태로 경기에 나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일본에선 경기로 몸을 더 만들고, 100% 집중력을 발휘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선수단은 12월부터 염 감독의 생각대로 움직였다. 비활동기간에도 자율적으로 목동구장에 나와 구슬땀을 흘렸다. 강정호와 김민성처럼 근력을 키워 성공한 사례가 나오자, 다른 선수들도 벌크업에 열을 올렸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기에 이러한 선수들의 변화는 분명 긍정적이다.
더 중요한 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누구 한 명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할 것을 했다. 조금만 대화를 해봐도 진심이 느껴지더라. 그게 서로의 신뢰다"라고 했다.
캠프가 끝난 뒤에도 아쉬운 점 하나 없었다. 염 감독은 "1년간 애들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갖고, 집중력 있게 훈련하더라. 집중도가 높았던 캠프였다"고 했다.
오히려 부족함을 느낀 건 코칭스태프 쪽이었다. 선수들이 일찌감치 몸을 만들어 왔는데 캠프 초반 코치진이 선수들을 못 따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염 감독은 "차는 스포츠카가 있는데 운전하는 사람이 초보가 와있는 듯 했다. 우리가 더 준비를 열심히 하고, 그걸 찾아가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 오히려 코치들을 혼냈다. 나도 마찬가지로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염 감독이 바라보는 건 '미래'다. 이미 단기적인 부분 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도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캠프에서 선발과 불펜, 주전과 백업 등 보직을 미리 정해주고 준비시키는 것도 그 일환이다.
시범경기에서 깜짝 홈런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강지광도 아무리 잘해도 2군에서 개막전을 맞이하도록 지시했다. 2군에서 좀더 성장시킨 뒤, 1군에 자리가 났을 때 주전으로 부르겠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선수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프로다. 맹훈련을 하는 건 마무리 캠프 때다.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는 시간이다. 마무리 캠프와 12월, 그리고 스프링캠프까지 지금처럼 이어간다면 3~4년 뒤 더욱 완벽해질 수 있다"며 "만약 40명이 전부 다 그렇게 하고 있으면, 신인이 들어와서 바뀌는 게 쉬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내다 보는 사령탑, 그리고 알아서 움직이는 선수단. 지난해 창단 첫 4강에 오른 넥센은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다. 염 감독은 "캠프와 시범경기 모두 생각한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다. 희망적이다"라며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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