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이가 혼자 다 했는데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데로 가네."
13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넥센 염경엽 감독의 한 마디. 한화와의 3연전에서 먼저 2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정한 그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틀 연속 승리의 주인공이었던 외야수 유한준이 주목을 못 받는 데 대해서 아쉬워했다.
유한준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점 1위였다. 12일 현재 13경기서 타율 3할4푼1리 3홈런 16타점을 기록중이다. 7번 혹은 8번, 하위 타순에 배치됐음에도 타점을 쓸어 담는 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유한준은 이번 3연전 최고의 선수였다. 3연전 첫 경기였던 11일 8회 추격을 시작하는 1타점 중전 적시타에 6-6 동점이 된 9회말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만들었다. 12일에는 0-1로 뒤진 4회 결승 스리런홈런을 터뜨렸다. 이틀 동안 5타점을 올렸다.
염 감독은 "올해 유한준이 잘 할 것 같았다. 마음이 편하다고 하더라"며 "올해 한준이와 (윤)석민이가 키를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주전 같은 백업인 둘이 잘 하면 편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유한준은 지난 겨울부터 남모르게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해 97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타율 2할7푼2리 7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외야에 문우람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입지가 줄기 시작했다.
81년생으로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 문우람이라는 걸출한 후배가 나타난데다 외국인타자까지 도입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된 강지광까지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다.
유한준은 비시즌 근육량을 늘리는데 집중했다. 체중을 92㎏에서 100㎏까지 불렸는데 체지방량은 오히려 줄이고, 근육량을 늘렸다. 주변에서 왜이렇게 살이 쪘냐고 말했지만, 유한준은 남모를 고통 속에 벌크업에 집중했다.
유한준은 "지난 1년간 부진한 사이 팀이 많이 바뀌었다.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이도 들어가고 여기서 더이상 임팩트가 없으면 밀리겠다 생각이 들었다"며 "원래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인데 이게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고구마와 닭가슴살을 목이 차도록 먹었다. 3~4일간은 괜찮았는데 점점 고통스럽더라. 그렇게 두 달 가까이 살을 찌웠다"고 털어놨다.
살을 찌우면서 근육량과 순발력을 늘리는 운동에 집중했다. 트레이닝 코치가 짜준 식단과 운동 스케줄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유한준은 외형적인 변화 외에도 심리적으로도 성숙해졌다고 했다. 그는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받아들이려고 했다. 자꾸 부정하면 오히려 안 좋지 않나.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했다"며 "캠프 때부터 코칭스태프께서 '다시 찾아봐라'고 하시더라. 아직까지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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